오늘은 음, 이월초닷세 할머니 기일이 드는 날이다.
집사람은 어제낮에 시장에 들려 장보기를 해왔다고 한다.
옛 어른들 중 편히 사신분이 과연 얼만큼 될까. 모르긴해도 극소수의 선택된 자들 뿐일 것이다.
우리집 할머니도 평생 호강 한 번 해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말년엔 지병인 속앓이로 고생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내가 스무살때 돌아가셨으니 올해가 52년째이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전에 돌아가셨으니 기억에 없고, 할머니에 대한 기억뿐이다.
초저녁부터 집사람은 젯상준비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일흔하나, 적지 않은 나이에 집사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서, 기회 닿을때마다 얘기하곤 했다. 힘에 부치면 제사 그만 모시자고. 그럴때마다 집사람은 이렇게 응대하곤 했다. "정신줄 놓지않았으니 모셔야한다." 라고.
그런 집사람이 고맙고 안쓰러웠다.
'여보, 고맙소. 그러나 고생하는 당신이 너무 안쓰럽구려.'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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