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실목고개를 넘어가면 외갓집이 있었다.
큰외갓집은 고개아래 가실목동네에, 작은외갓집은 농암국민학교 바로 교문앞에 있었다.
가실목고개는 경북 문경시 농암면 농암1리와 가은읍 전곡3리 웃물미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어릴적, 과자가 먹고싶을때면 슬그머니 농암국민학교앞에서 점방을 하고있는 작은외갓집을 찾아가곤 했다. 과자를 얻어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방을 떠올리니 예주 김영숙 시인이 생각난다. 예주 시인은 나보다 두살 연상이다. 한 스승밑에서 동문수학한 동료시인이다.
나보고 이런다. "선생님은 저보다 두살이나 적으니 아직 청년임다!"
예주 시인은 말을 참 재밌게 구사하는 문인이다. 예주 시인은, 가게엔 아주머니가 있고, 점방엔 아지매가 있다고했다. 예주 시인의 지론대로라면, 아지매는 경상도에 살아야할것이고 아주머니는 서울에 살아야할것이다.
얘기가 옆길로 살짝 빗나갔다.
내가 가면, 나보다 한살 적은 외사촌동생 경숙이는 크다란 쟁반에 과자를 담아와서, "오빠, 과자먹어!" 라며 쟁반을 내밀곤했다. 너나없이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시골에서 과자를 맛보기란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랬던 경숙이가 일흔에 귀 하나가 붙어버렸고 나는 일흔둘이 되어버렸다. 흔히들 하는 말대로라면, 우리 내외종 오누이는 7학년 1반과 2반이 되어버린 셈이다.
우린 지금 황혼의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다.
하늘 아래 살아숨쉬는 모든 생명체에게 빛과 에너지를 주고 서산너머로 넘어가는 태양을 보라. 붉게 타는 노을을 남겨놓고 떠나가는 태양의 뒷모습을 보라.
우리네 인생도 노년의 모습이 저리 곱기만하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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