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모(歲暮)/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31. 11:42

 

 

 

 

 

 

 

 

 

 

 

 

 

 

간밤에 눈이 내렸다. 눈은 온듯만듯 그냥 살짝 내렸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다. 양지녁엔 눈이 녹았으나 음지쪽엔 살짝 얼어붙어 매우 미끄럽다.

조심 또 조심해가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짐바리엔 쌀 두어되가 실려있다.

내일이 양력설이라며 집사람이 쌀보퉁이를 내어주며 떡방앗간에 들려 가래떡을 빼오라고 했다.

오늘밤이 새고나면 또 한해가 지나간다. 나이들고부터 세모가 되면 처연해지곤 했다.

그러나 어쩌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은 이어지고 그렇게 한 해가 가는 것이 대자연의 질서인 것을.

돌공장 앞 로터리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통오달, 널따란 길을 바라다본다. 멀리 보이는 시청으로 가는 길이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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