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밤에 집사람과 함께 택지에 있는 드림드림 하우스에 갔다. 사돈내외분과 첫대면을 하기 위해서였다. 일테면 상견례(相見禮)를 하려고 집을 나선 셈이었다.
드림드림엔 지난 가을, 친구 경호와 함께 다녀온적이 있었다.
딸아이는 작년겨울에 박서방 만나고 집을 나갔다. 딸아이는 혼례식 같은 요식행위는 안한다고 했다. 그냥 둘이 부부되어 살면 그만이라고 했다.
어디 맞춤한 식당에 양가 어른들 모셔놓고 식이라도 올리자고 집사람이 달랬지만 딸아인 요지부동이었다.
'에그, 뭣 때문에 세상살아가기 힘들게 애비 성격을 닮았노!'
딸아이를 보고있노라면 젊은 날의 나를 되돌아보는 것 같다. 그래, 피는 못 속이는가보다.
그렇게 일년을 넘기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사돈댁에서 12월 23일날 만나뵙자고 연락을 보내왔다.
우리쪽에서는 집사람과 나, 큰아이 내외가 상견례장에 나갔고 그댁에서는 사돈내외분과 박서방 누나 두 분과 형이 참석했다.
우린 통성명을 하고 수인사(修人事)를 나누었다. 첫대면은 그렇게 이루어졌다.사돈 내외분과 가족분들이 하나같이 성정(性情)이 선량해 보였다.
식사를 하면서 우린 소주도 몇 잔 나누었다. 사돈도 나처럼 술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모자라는 점은 일깨워 주시고 잘못하는 일이 있어면 따끔하게 야단을 쳐서 사돈댁 사람으로 만드십시오."
라고 심중을 토로하자,
"사돈 아니올시다. 훌륭하게 키운 따님 저희 가문에 보내 주셔서 고맙기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돈!"
사돈은 그렇게 화답했다.
두어시간이 흘러갔다. 이만 헤어지자며 서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엔 저희가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오늘은 신세 많이졌습니다. 그래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뭘요. 변변치 못한 자리 즐거우셨다니 고맙습니다. 밤길 조심히 가십시오."
농자는 거의가 선량하다. 나보다 세 살 손위인 사돈은 예천 감천에서 과수원을 한다고 했다.
선량한 분을 사돈으로 점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서쪽 밤하늘엔 동짓달 초엿세 쪽달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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