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줘야받지/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19. 13:32

돈을 빌려주었는데 갚지 않으면 참으로 난감하다. 그렇게 빌려주는 돈은 대부분 친인척이거나 친구사이다.

그런 사이인지라 독촉도 못하고 알아서 주기만을 기다리는지만 빌려간 사람은 꿩꿔먹은 소식이다. 요리조리 핑게되고 돌려줄 생각을 않으니 받을 사람은 억장이 무너진다.

이발을 하고 있는데 옆 의자 손님과 주인이 나누는 대화가 그 모양이었다.

손님이 잘 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채무자는 갚을 생각은 않고 제 할 짓은 다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이루어진 채권채무는 차용증도 작성하지 않고 이뤄지는게 대부분이다.

옆 의자에 앉은 손님 심정 알만하다. 우리내외도 비슷한 일을 겪어보았으니까.

우리집 마흔여섯 살짜리 큰아이 초등학교 삼학년땐가 빌려주었던, 돈 120만 원을 30년 걸려 찔금찔금 받아냈다.

우리집사람과 친구 부인사이에 이루어진 거래였다. 나모르게 거래를 해놓고 받아내기가 힘들자 집사람은 뒤늦게 내게 알렸다. 그일로 집사람은 내게 혼줄도 많이 났다.

내용증명을 띄워서 30여 만원은 일시금으로 받아냈지만 나머지 90만 원은 30년 걸려 찔금찔금 받아냈다.

2011년 가을, 마지막 남은 돈 5만 원을 받던 날, 집사람은 쾌재를 불렀다.

자기가 이겼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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