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찍힐 것 같아/문경아제 우리 집 골목길 맞은 편엔 열여섯 세대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4층짜리 연립주택이 있다. 건물 입구 초입엔 쓰레기집하장이 있다. 쓰레기집하장엔 언제 어느때를 막론하고 쓰레기로 넘쳐났다. 규격봉투가 아닌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어놓은 쓰레기와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대형폐기물.. 일상이야기 2019.09.03
동네한바퀴 빙 돌고/문경아제 밤아홉시 반, 동네한바퀴를 빙 돌아봤다. 애노네집엔 불이 꺼졌다. 밤이면 늘, "컹컹컹!" 짖어대던 애노가 조용하다. 주인따라 밤마실갔나보다. 우리 집앞, 높다란 전주에 대롱대롱 붙어앉아 불침번 서는 빨간 cctv는 충직하기 그지없다. 일년삼백육십오 일밤을 단 하룻밤도 걸러지않는 충.. 일상이야기 2019.08.31
우리동네 골목길/문경아제 영주시 지천로 123번길 골목길이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뒷집 꼬맹이가 깩깩! 고함을 지르고, 옆집 애노가 컹컹짖어댄다. 우리 집 맞은편 연립주택에 사는 오지랖 넓은 동갑내기친구 종득이가 궁시렁거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동네반장인 그 친구는 분명, 쓰레기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 일상이야기 2019.08.22
작가가 행복할 때/문경아제 노트북앞에 죽치고 앉아 토닥토닥 좌판두드리며 몇줄의 글을 쓰노라면 세상사 온갖 시름은 까맣게 잊혀진다. 그렇게 좌판을 두드려대다보면 노트북화면엔 시가 나오고, 수필이 나오고, 단편소설이 나온다. 어디 그뿐인가. 동시와 동화까지 나오기도한다. 난, 이름없는 그렇고 그런 글쟁.. 일상이야기 2019.08.20
어느 해 섣달그믐날의 기도/문경아제 내년에는 우리 내외 입에서 아프다 소리 덜 나오게 하여 주소서. 우리 집 애물단지 딸내미와 막내아들 짝 찾아가게 해주소서. 진정성있는 좋은 글 쓸 수있게 해주소서. 작은 소망을 청원하오니 들어주소서. 2016년 2월7일 섣달 그믐에 하느님께 그렇게 기도를 드렸다. 애물단지 딸내미는 짝.. 일상이야기 2019.08.17
우리 집사람/문경아제 온종일 잔소리 퍼부어대는 사람이다. 눈만 마주치면 쌈걸어오는 사람이다. 심보가 놀부마누라보다 더 고약한 사람이다. 하루세끼 밥끓여먹는 게, 유세가 다락 같은 사람이다. 그래도, 곁에 없으면 아쉬은 사람이다. 생각나는 사람이다. 일상이야기 2019.08.16
늦여름 하늘에 그려보는 그림/문경아제 새털구름, 뭉개구름 가지런히 떠있는, 늦여름 하늘 위에 그림을 그려본다. 작년 12월 31일, 마지막근무를 끝내고 퇴직하던 날밤 아빠손잡고 경비실을 찾아온 사랑스런 수빈이 얼굴을 그려본다. 그때 수빈이는 영주여중1학년이었다. 수빈이 손에는 조그만 케익상자와, 또박또박 정성을 다.. 일상이야기 2019.08.09
생활속의 발견/문경아제 집사람이 얹어놓은 신발장 위 종이상자에서 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글귀를. ONE for ALL, ALL for one! 한사람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한사람을 위하여! 일상이야기 2019.08.09
자유시간 두 알/문경아제 영주 무지개 아파트경비원으로 일할 때였다. 어느 해 여름이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엄청 무덥던 날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온갖 쓰레기와 파지를 정리하자니 죽을 맛이었다. 우선 살고 볼 일이었다. 더위를 피해서 101동 3, 4라인 현관안으로 도망.. 일상이야기 2019.08.04
벽공/문경아제 오늘아침, 우리 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영주의 하늘은 벽공이었다. 티끌 한점 없는 벽공이었다. 제비 두마리가 저 푸른하늘을 날아다니다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낮이면 뭉개구름 피려니. 일상이야기 2019.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