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구름, 뭉개구름 가지런히 떠있는,
늦여름 하늘 위에 그림을 그려본다.
작년 12월 31일, 마지막근무를 끝내고 퇴직하던 날밤 아빠손잡고 경비실을 찾아온 사랑스런 수빈이 얼굴을 그려본다.
그때 수빈이는 영주여중1학년이었다.
수빈이 손에는 조그만 케익상자와,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 쓴 곱게 접은 편지한장이 들려있었다.
그날밤에 본 수빈이 얼굴보다 더 예쁘게 동그랗게, 수빈이 얼굴을 그려본다.
이름보다 더 예쁜 단아얼굴도 그려본다.
천방지축 휘젖고 다니는 건우얼굴도 그려본다.
춤잘추고 노래잘부르는 혜원이 얼굴도 그려본다. 혜원이는 우리 집 큰손녀딸 신우와 동갑내기, 열세 살인 초등학교6학년이다.
이제는 다큰 아이가 된 스물다섯 승하와, 다섯 살 적은 누나의 호위무사로 듬직하게 자라난 재정이 얼굴도 그려본다.
마지막으로 하늘 한복판에 그려넣는다.
이 세상에서 젤로 예쁘고 사랑스런 우리 집 두 손녀딸 얼굴을 곱게 곱게 그려넣는다.
어쩐 일인지 방학이 다 끝나가는데,
두 손녀딸은 내려온단 소식이 없다.
많이 보고픈데 아니온다.
내사랑 두 손녀딸이 아니온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해 섣달그믐날의 기도/문경아제 (0) | 2019.08.17 |
---|---|
우리 집사람/문경아제 (0) | 2019.08.16 |
생활속의 발견/문경아제 (0) | 2019.08.09 |
자유시간 두 알/문경아제 (0) | 2019.08.04 |
벽공/문경아제 (0) | 2019.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