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무지개 아파트경비원으로 일할 때였다.
어느 해 여름이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엄청 무덥던 날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온갖 쓰레기와 파지를 정리하자니 죽을 맛이었다.
우선 살고 볼 일이었다.
더위를 피해서 101동 3, 4라인 현관안으로 도망질을 쳐버렸다.
그때 마침 승강기안에서 나오던 설(雪)이 엄마가 나를 보았다. 설이 엄마가 자유시간 두 알을 손에 쥐어주며 말을 건네왔다.
"아저씨, 이거 드시면 좀 나을 거예요!"
아침엔 파랗던 하늘이 하얀 구름으로 덮혀버렸다.
설이도 이제 많이 컸겠다.
초등학교3학년은 되었겠다.
식탁 위에 놓여있는 과자봉지에서 자유시간 한알을 꺼내 입안에 던져넣는다.
하늘이 완전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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