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딱 찍힐 것 같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3. 19:49

 

 

 

우리 집 골목길 맞은 편엔 열여섯 세대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4층짜리 연립주택이 있다.

건물 입구 초입엔 쓰레기집하장이 있다.

쓰레기집하장엔 언제 어느때를 막론하고 쓰레기로 넘쳐났다.

규격봉투가 아닌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어놓은 쓰레기와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대형폐기물도 꽤 많았다.

우리 집사람을 '김동하이 아지매'이라고 부르는 동갑내기친구 종득이가 연립주택 반장이다.

 

근데 며칠 전, 쓰레기집하장 가까이에 cctv를 설치하고부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늘 쓰레기로 넘쳐나던 쓰레기장에 쓰레기봉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어찌 이상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있겠는가?

 

쓰레기집하장 근처에 가기만하면, cctv는 이렇게 외쳐댔다.

"쓰레기불법투기를 단속합니다. 협조바랍니다."

이러니 합법이건 불법이건 , cctv에 자기 얼굴 찍히는 게 겁이나서 사람들은 쓰레기장에 얼씬도 않는 모양이었다.

지은 죄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연립주택쓰레기장을 이용하던 우리 집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사람이 궁시렁거렸다.

"cctv가 약이구먼. 아주 대약이구먼. 종득씨가 달아놓았을꺼야 저 cctv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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