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점심 때/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4. 14:25

 

하늘이 희뿌옇다.

제비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희뿌연 하늘을 잽싸게 날아다니더니 배가 불렀나보다.

 

점심먹고 나더니 집사람은 마늘을 찧기 시작했다.

조그만 플라스틱 절구에 마늘을 넣고 "콩콩콩!"찌어대고 있었다.

한참을 찧더니 집사람은 나에게 절구공이를 넘겨주었다.

삼시 세끼 얻어먹는 밥값하라는 뜻이렸다.

'어쩌노. 밥값하라는데 버틸 재간있남!'

절구를 끌어안고 "쿵쿵 쿵덕쿵!" 떡방아 아닌 마늘방아를 찌어댔다.

공이가 춤을 춰댔다.

순식간에 마늘이 다 으깨졌다.

 

누워서 좀 쉬려는데 종호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사람 빨리 안나오고 뭐하노."

학유정에 고스톱치러 나오라는 전화였다.

안그래도 어제 잃은 본전 찾으려가려는 참이었다.

늦었다. 일찍가야 목좋은 곳에 자리 잡고 대박을 터뜨릴텐데.

 

비한줄금 내릴 것 같다.

내릴만큼 내렸으니 이젠 청하늘 좀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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