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희야/문경아제 희야 그 옛날 군에서 제대하던 해 나는 열아홉 아가씨였던 너에게 사랑고백을 했다 너를 살포시 안으며 사랑한다고 했을 때 너는 도리질을 했다 오빠때문에 울진 않았다며 도리질을 했다 진자줏빛접시꽃을 바라보다 세월 너머로 보았다 뉘집 할머니가 되어 버린 너를, 안타까웠다 너만.. 시 2018.06.21
에노/문경아제 에노가 짖는다 대문 위 좁다란 옥상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컹컹!" 대며 짖는다 길가는 행인을 내려다보고 괜스레 짖는다 "컹컹컹!" 짖는다 함께 놀아달라고 어젯밤엔 달보고 짖었다 숙맥 같은 난 에노가 외로워서 짖는다는 걸 어젯밤에 알았다. 시 2018.06.13
눈감으면/문경아제 눈감으면 보인다 장보따리 머리에 이고 목고개 올라오는 우리 어매 얼굴에 송알송알 맺힌 땀방울이 보인다 어매 등 떠밀며 생긋 웃으며 따라가는 녹색바람도 보인다 녹색바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하느님 빽이 있기 때문이다. 시 2018.06.12
사람 우산/박두순 집에 오는 길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형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때 형이 우산이었다 들에서 일하는데 소낙비가 두두두 쏟아졌다 할머니가 나를 얼른 감싸안았다 그때 할머니가 우산이었다 따뜻한 사람 우산이었다. 시 2018.06.10
접시꽃 연정/문경아제 희야 뉘집 울타리 안에 연분홍빛접시꽃이 곱게곱게 피어났다 훔쳐보면 죄가 될 것 같아 주인에게 허락받고 너를 만난듯이 바라보았다 희야 그 옛날, 네가 목고개에서 버스타고 서울로 취직되어 가던날도 너희집 조그만 화단에는 연분홍빛접시꽃이 생긋생긋 웃고있었다 희야 접시꽃이 .. 시 2018.06.09
산다는 건1/문경아제 산다는 건 다 그런거다 알콩달콩 살아가다 쌩하고 돌아서서 지지고 볶고 쌈하며 젊은 날 다 보내고 서산에 지는 해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얀 이슬 떨구는 산다는 건 다 그런거다. 시 2018.06.02
우리 집 두 손녀딸/문경아제 생각만해도 늙은 할아버지 입이 헤 벌어지는 열두 살, 여덟 살 우리 집 두 손녀딸 저저리 하고 잡아먹어라며 말 안듣는 우리 집 두 손녀딸이지만 뿅! 방귀냄새조차 사랑스럽다 왜? 사랑단지 희망단지 꿈단지이니까. 시 2018.06.01
아내/문경아제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그대 있음에 나는 오늘도 파란하늘 올려다보네 그대 있음에 난 삼류시인 건달이 되어버렸네 찔레꽃은 소리없이 피어나서 한잎 두잎 떨어져갔다네 한잎 두잎 찔레꽃 피던 날 싱긋 웃었고 한잎 두잎 찔레꽃 떨어지던 날 눈물 떨구었네 그대 있음에 시 2018.05.28
독백/문경아제 엊그제는 아카시아꽃이 어제는 찔레꽃이 떨어져내렸다 꽃은 그렇게 떨어져내렸지만 꽃들의 향기는 산기슭을 떠나지 않았다 시인의 영혼은 늘 거리를 서성거려야한다 시는 이리저리 얽혀버려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되어서는 안된다 거리를 서성이는 시인의영혼에서는 풋풋한 찔레꽃내.. 시 2018.05.26
햇살/문경아제 마구 뛰어들어온다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않고 멋대로 들어온다 노크도 없이 내방에 침입한 당신은 그 옛날 내가 죽도록 좋아했던 앞집 분이 웃음만큼이나 날, 사르르 녹인다 당신은 무법자다 주인의 허락도 받지않고 남의 방에 마구 뛰어들어오는 무법자다 난 그래도 당신이 좋다 당신.. 시 2018.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