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조건/문경아제 벌거숭이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고 반짝이는 햇살이 떡갈나무 넓은 볼에 살짝 입맞추며 배시시 웃을때 야호하고 맞장구치는 메아리가 되어야한다 앞산 비둘기 구구구구 구구구구 목이 메일 때 구성진 사연을 풀어보아야한다 삼복더위를 견디려고 까만 자.. 시 2018.08.13
바람(風)1/문경아제 룰라라 룰라라 콧노래 부르며 저 만큼 앞서가는 저 아줌마 그대의 맘은 무슨 빛깣일까요 싱그러운 풀잎빛이겠죠 가만히 서있기만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오늘 같이 무더운 날 맑은 노래소리가 샘솟듯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시 2018.08.03
무궁화/심수봉 이 몸이 죽어 한 줌의 흙이 되어도 하늘이여 보살펴 주소서 세월은 흐르고 아이가 자라서 조국을 물어오거든 강인한 꽃 밝고 맑은 무궁화를 보여주렴 무궁화꽃이 피는 건 이 말을 전하려 핀단다 참으면 이긴다 목숨을 버리면 얻는다 내일은 등불이 된다 무궁화가 핀단다 날지도 못하는 .. 시 2018.07.29
삼복(三伏)고개/문경아제 초복初伏은 하루전날인 7월 6일 넘었다 땅파면서 넘었다 그날, 땅팔일이 있어서 아파트일꾼 셋이모여 가만히 서있기만해도 무덥던 그날 땅파면서 넘었다 그날 저녁때, 늘봄이외할머니 권여사가 닭개장 한냄비들고 초소에 찾아와 땅파시느라고 고생하셨다며 맛은 없지만 이것 드시고 힘.. 시 2018.07.29
초우(初雨)11/문경아제 어머니, 그 옛날 어릴적 마당위에 펴놓은 멍석에누워서 당신과 함께 바라보던 여름밤하늘의 고운 별들을 이 아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월식날 달이 점점 쪼그라들어 없어지면, 그 못된 불개가 집어삼켜서 그렇다며 소반위에 정안수 떠 놓고 빌고 또 비시던 당신의 주름잡힌 두 손.. 시 2018.07.27
회식(會食)/문경아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오랜만에 아파트 일꾼들이 한데모여 목구멍에 때를 벗긴다 회장님, 소장님! 회식열어주셔서 고맙습니대이 여태까지 이런 일 없었니대이 맹 주사가 감비어천가感飛御天歌를 불러댄다 속이 뒤집힌다 "여보시우, 맹 선배! 회식은 로마시대에도, 조.. 시 2018.07.27
망향(望鄕)/문경아제 후루룩 쩝쩝 40년지기 친구와 둘이서 칼국수집에서 냉콩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우정도 함께 먹었다 한낮엔 더위에 지쳐 축눌어진 뉘집 담벼락 호박넝쿨이 밤이되자 생기를 되찾았다 오백여 미터의 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한참 걸렸다 나이들고 몸이 쇠약해지고부터 걷는 것도 .. 시 2018.07.25
고물상2/문경아제 마흔 두평 하늘아래 서른여덟살 우리 집이 쨍쨍 내려쬐는 땡볕 온몸으로 받으며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묵묵히 앉아있다 우리 집 고물1호는 우직하리만큼 순박한 집이다 우리 집 고물2호와 3호는 금방 듣고도 잊어버리는 나와 집사람이다 고물4호는 건너 뛰고 고물5호는 앞마당에 서있는 .. 시 2018.07.19
세월의 벽/문경아제 짹깍짹깍 잘도 들리던 벽시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귀는 그저께부터 내몸에서 몇발짝 밖에 서있었다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토라진것 같았다 수년전에도 그랬다 무덥던 어느 여름날, 내몸에서 살짝 비켜서있던 귀는 갈바람이 불자 돌아왔다 올해도 갈바람 불면 돌아오시겠지 아주아.. 시 2018.07.19
하늘/문경아제 쪽빛하늘 올려다보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초등학교6학년때 물지게에 물 두통 지고오던 어린 아들이 대견해 환하게 웃어시던 어머니의 그 고운 웃음을 떠올려본다 쪽빛 하늘 올려다보며 아이들 외할머니를 생각해본다 남의 것, 안 넘보고 당신 것은 남에게 잘 퍼주던 푸근했던 장모님의 .. 시 201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