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노/문경아제 우리 집 옆집 옆집에 살고 있는 검둥개 애노가 짖는다 컹컹! 짖는다 밥값하려고 짖는다 점심은 건너뛰고 아침과 저녁밥 얻어먹는 밥값하려고 짖는다 애노가 운다 하늘 올려다보고 운다 푸른달빛내리는 한밤에도 울고 햇살 포근한 한낮에도 운다 어릴 적, 젖떨어지고 헤어진 어미 품속이 .. 시 2019.10.02
우물/문경아제 김동한 조그만 웅덩이만한 동그라미엔 지붕도 없었습니다 신바람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은 목이 타는 듯했습니다 우루루 동그라미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첨벙! 양철통 두레박이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땀에 뒤범벅이 된 아이들 이마엔 땟국물이 주루루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두.. 시 2019.10.02
모터사이클 동호회/문경아제 신진식육식당앞에 대형모터사이클 몇 대가 주차해있다. 차량 넘버를 보니 모두가 대구번호였다. 1억 원은 홋가하는 차량들로 보였다. 대구사이클동호회에서 영주로 원정 사이클링왔나보다. 길따라 물따라 2019.09.29
하늘 아래 땅위에/문경아제 오늘아침산책길에서 만난 풍경들이다. 파란 하늘도, 하얀 뭉개구름도 모습을 드러냈다. 연분홍빛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요즘은 코스모스꽃길 만가기가 쉽지 않는 일이다. 허공엔 거미가 덫을 놓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갈바람속에서 들려왔다. 거미의 항변소리가. '먹고 .. 길따라 물따라 2019.09.29
거미의 항변/문경아제 아침산책길에 나섰다 오르막길이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가쁜 숨을 고른다 물색없이 고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바보가 된다 뭉개구름은 하얀데 까만 거미 한 마리가 허공에 덫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직업이라 버릴 수 없단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단.. 시 2019.09.29
기차역/문경아제 우리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기차역은 있습니다. 나는 기차역을 자주 찾습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날 오후에도, 노란 은행잎 나풀나풀 떨어지는 처연한 가을밤에도 기차역을 찾아갑니다. 대합실엔 뭇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의 사연이 배어있습니다. 그 사연 사연을 느껴.. 이런 저런 이야기 2019.09.28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문경아제 저 신한은행을 옛날엔 조흥은행이라고 불렀다. 올해 마흔여덟인 우리 집 큰 아들 신우 애비가 스무살쯤이었을 때도 조흥은행이라고 불렀다. 이십칠팔 여년전 어느날이었다.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아님 추운 겨울이었는지 계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당시엔 입출금카드라는 게 .. 길따라 물따라 2019.09.27
살구나무집/문경아제 33년 전, 우리 집이 이골목으로 첨 이사를 왔을 땐, 저 높다란 빌딩이 있는 자리엔 나즈막힌 기와집이 있었다. 마당엔 살구나무가 한그루 서있었다. 봄이면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곤 했다. 해마다 단오무렵이면 노랗게 익은 살구가 주렁주렁 나뭇가지에 달려있었다. 나는 그집을 '살.. 길따라 물따라 2019.09.26
서편하늘 불붙다/문경아제 오늘 저녁 해넘어간 뒤 도솔봉위 하늘은 활활불타오르고 있었다. 구름을 죄다태워버린 빨간 화마는 어둠이내리자 까만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영주의 서쪽하늘을 말끔히 태워버린 빨간 화마는 그렇게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 생이 소멸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2019.09.25
경비일기/문경아제 초소에 쭈구려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았더니 우리 집 큰손녀딸만큼 되어보이는 꼬마아가씨가 서있었다. 저 꼬마아가씨도 우리 집 큰손녀딸신우처럼 4학년은 되었을 것이다. "이거요." 은행잎처럼 조그만 손에서 내민 것은 50원짜리 하얀 동전 한 닢.. 카테고리 없음 201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