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항변/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29. 11:53

 

아침산책길에 나섰다

오르막길이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가쁜 숨을 고른다

 

물색없이 고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바보가 된다

 

뭉개구름은 하얀데

까만 거미 한 마리가

허공에

덫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직업이라 버릴 수 없단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단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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