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 벗기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17. 14:56

 

 

 

 

 

 

 

 

내눈 속 조리개에

하늘이 박혔다

오도가도 못하게

꿈쩍없이 박혔다

 

하늘 속엔

둠벙이 박혔다

까까머리 어릴 적,

목고개에서 신작로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산밑,

깎아 지른 듯한 낭떠러지 밑에 있는

우리 꼬맹이들이

첨벙첨벙 멱감던 둠벙이

거꾸러 박혔다

 

까르르

웃어제치는

까까머리 동무들 목소리

둠벙에서 새어나온다

 

희한하게 생겨먹은

우주선 타고

우주여행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아주 아주 나쁜 친구들

목소리도

파란 둠벙에서

새어나온다

언제 보아도

싫지 않는

빛바랜 동무들

해맑은 미소도

둠벙에서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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