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문학 1206

궤적(軌跡)/문경아제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국제시장 점포 위를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부두에 떠있는 커다란 배를 바라보며 덕수(황정민 분)는 모진 세월을 함께 살아온 아내 영자(김윤진 분)에게 묻는다. "니 내 꿈이 뭐였는지 아나?" "뭐였는데요?" "저기 떠있는 저런 큰 배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게 내 꿈이었던 거라. 니 꿈은 뭐였는데?" "내 꿈은 현모양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 부부는 세월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첫 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50년, 6.25내전 앞에 조국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헐벗은 조국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킨 국군은 12월 19일 평양을 함락했다. 여..

수필 2015.05.26

골목길/문경아제

초저녁, 골목길에 어둠이 내린다. 하나 둘 가로등에 불빛이 찾아든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지 골목길이 온통 떠나갈 듯이 시끌벅적하다. 어디 숨기라도 하는 양, 몇 녀석은 후다닥 뛰어가는 모양이고 남은 한 녀석은 "일, 이, 삼, 사, 오!"라고 외치며 숫자를 센다. 아마도 숨바꼭질을 하는 모양이다. 옛날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할 땐 술래는 눈을 꼭 감고 벽이나 나무에 붙어 서서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숫자를 헤아리던지 아니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외쳐대었다. 그런데 조금 전, 골목길에서 술래가 된 꼬마 녀석은 "일, 이, 삼, 사, 오!" 하며 큰 소리로 또박또박 숫자를 세는 것으로 보아 세월 따라 숨바꼭질 술래의 숫자 세는 방법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변한 것 같다...

수필 201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