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실/문경아제 땅거미 지는 골목길 온 가족이 밤마실 나섰다 아빠와 고만고만한 셋 딸내미 뚜벅뚜벅 깡충깡충 걸어가는 아빠, 언니들 뒤를 앙앙거리며 쫓아가는 떼쟁이 막내딸 아빠에게 징징 아빠는 못 들은 척 언니들에게 집적 언니들은 못 본 척 골목길 파수꾼 가로등 아저씨 보다 못해 훈수 한 마디 .. 동시 2015.09.19
마중물/문경아제 손녀딸과 할아버지 손 맞잡고 아장아장 터벅터벅 약국에 약 사러간 할머니 마중길 나섰다 할머니 어디쯤 오실까? 손녀딸 내려다보며 물어보시는 할아버지 에그, 내 새끼 잠깨어 울진 않을까 타박타박 걸어오시는 할머니 가슴은 동동 내려다 보시는 저 하늘 햇님도 애가 달아 가슴이 콩닥.. 동시 2015.09.19
손녀딸2/문경아제 문설주에 기대선 손녀딸이 묻네요 할머니! 일곱 살 되면 내 키가 조 만큼 될까? 일학년 되면 '신우' 키가 저 만큼 될까? 열 살 되면 내 키가 저어기에 닿을까? 손녀딸 꼬옥 안은 할머니 대답, 그래, 예쁜 우리 집 강아지! 밥 많이 먹고, 잘 뛰어놀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그 만큼 키가 쑥.. 동시 2015.09.19
휴경지/문경아제 땅이 묵는다 멧골 다랑눈이 묵고 산골짝 비탈밭이 묵는다 임자 없는 무덤가 등 굽은 소나무가지엔 눈먼 부엉이가 청승맞게 울어댄다 자그만 서너 평의 땅 우리들 마음속에 터잡고 살아가던 그 아름다웠던 땅이 나무도, 풀도, 땅강아지도, 지렁이도, 살아가지 못하는 휴경지가 되었다 너.. 시 2015.09.18
동행2/문경아제 방 한쪽에 둔/할머니 빨간 지갑 일곱 살배기 손녀딸이/만지작만지작 "왜?"/ "아빠지갑에도 엄마지갑에도,/돈 없어요!" 할머니가 건네주시는/ 천 원짜리 한 장 받아들고 손녀딸은 동네 구멍가게로/ 나풀나풀 할머니 가슴속엔/보슬비 보슬보슬. 문경아제의 동시「빈 지갑」 우리는 지금 풍요.. 수필 2015.09.17
연애대위법/문경아제 파란 초가을 하늘아래 이상한 쌍엽기 두 대가 에어쇼를 벌이고 있다 다섯 살배기 우리 집 막내손녀딸 새끼손가락만큼 예쁜 동체에 두 쌍의 날개를 단 빨간 경비행기와 큰 손녀딸 가운데 손가락처럼 날씬한 암갈색 기체(機體)에 검정색 망사날개를 얹은 경비행기가 한데 어우러져 연출하.. 시 2015.09.17
오누이/문경아제 김동한 오빠는 오학년 졸랑졸랑 노란 가방 꼬맹이 누이는 유치원 새싹반 오빠는 파란 운동화 동생은 빨간 구두 오누이 손 맞잡고 걸어간 길엔 파란 발자국 빨간 발자국 가지런히 찍혔다. (2013.11.16.) 동시 2015.09.17
닮은 꼴/문경아제 김동한 50cc스쿠터와 우리 집 일곱살 짜리 손녀딸 노란 입은 꼭 닮은 사촌이다 앵앵거리며 스쿠터가 달리면 통통하게 생겨먹은 까만 머풀러에서 퐁퐁퐁 하얀 연기 새어나오고 손녀딸 조그만 입 참새같이 조잘대면 솜사탕 뽀얀 연기 몰씬몰씬 흩어진다. (2014.1.15.) 동시 2015.09.17
씨동무/문경아제 김동한 한 평도 안 되는 조그만 꽃밭에 읹은뱅이 채송화, 노란 키다리 유월국화, 궁둥이 비비고 들어앉은 하얀 정구지꽃, 새빨간 봉숭아가 가지런히 피어났다 꽃들이 입모우고 합창을 한다 얘들아! 우리 내년 여름에도, 저 내년 여름에도, 또 저저 내년 여름에도, 예쁜 꽃 함께 피우며 씨동무하자.. 동시 201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