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최남주 메밀밭 하얀 꽃이 잠들어 고요한데 업은 아기 칭얼거려 낮달이 된 아머니 박 넝쿨 고운 박은 보름달로 밝아 오고 박속 긁는 숟가락엔 소리 없는 눈물. 시 2015.09.24
공생 까만 어미고양이가 사뿐사뿐 걸어간다. 어린 새끼들을 갈무리해 둔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것일까? 고양이과 동물들은 걸을 때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으로 부터 받은 그들의 특권이다. 우주만물은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한 가지.. 수필 2015.09.24
가을의 변고/예주 김영숙 가을은 외로운 계절 멀쩡한 사람 마음 흔들어 지는 낙엽도 부는 바람도 그러하고 일없이 눈물나게 하니 어인 변고? 이 가슴 이별은 사랑보다도 아파라. 시 2015.09.24
아침이 열린다 경비실 앞이 시끌벅적하다. 교통정리를 하려고 길 한 켠에 나섰다. 아이들이 속살거리며 지나가고 등 굽은 할머니가 아침부터 어딜 가시려는지 느릿느릿 걸어가신다. 오학년쯤 된 듯한 오빠 뒤를 머리를 쫑쫑땋은 꼬마아가씨가 졸랑졸랑 따라간다. 엊그제는 앙앙울며 따라가더니 오늘은.. 길따라 물따라 2015.09.24
목고개에 서서(산문시)/문경아제 옛날 옛적, 목고개 초입(初入)엔 주막이 한 채 있었다는데 도깨비 등살을 견디다 못해 큰 마을 어귀로 이사를 했다네. 새색시 태우고 열두 굽이 고갯길, 목고개를 넘어가던 가마가 벼랑끝으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 곱디고운 색시는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숨지고 말.. 시 2015.09.23
수취인 없는 택배 예주 김영숙 시인이 카페에 올린 글을 요약해서 옮겨봅니다. 작년 4월에 1박2일 코스로 고등학교동창회가 열렸답니다. 동창생중엔 학창시절부터 40여년을 절친으로 지내는 친구가 있었답니다. 그 친구는 동창회가 끝나는 날 아침에 트럭을 몰고 동창생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찾아왔다고 .. 수필 2015.09.22
혼돈/문경아제 국격 낮은 나라 백성은 유죄 술 취한 듯 판결봉 삐딱하게 쥐고 땅 땅 땅 두드려 대는 판사는 무죄 전후좌우 아래 위 살펴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흘러가는 강물은 유죄 유월, 뙤약볕 아래 길섶에 피어난 계절 잃은 한 송이, 자줏빛 코스모스도 유죄 미필적 고의 저질러 놓고 까르르 웃는 .. 시 201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