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안의 작은 연주회/문경아제 색소폰 선률이 물결치듯 열차안에 울려퍼졌다. 테너가 아닌 알토색소폰이었다. 테너색소폰은 소리가 웅장하지만 알토색소폰은 감미롭다. 몇 십년을 영주 안동간 열차를 타고 다녔지만 열차안에서 색소폰연주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 봤다. 색소폰연주와 함께한 여행은 참으로 즐거웠고 .. 길따라 물따라 2015.10.11
별/문경아제 아내 잔소리는 내 발 뒷꿈치에 묻어 다닌다 손 잘 씻어라 옷 아무데나 벗어놓지마라 문 살짝 닫아라 서천 강변 모래알 보다 더 많은 아내 잔소리 엉뚱한 생각하며 자전거 타고가다 그만 꽈당 하고 넘어졌다 산도깨비처럼 옷에 착 달라 붙은 아내잔소리 들린다 "에그, 또 한눈 팔았구려!" 시 2015.10.11
들국화2/문경아제 수년 전, 산국(山菊)을 찾아 가을 벌판을 헤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며 찾던 산국은 멀지 않은 곳, 한절마 뒤산 기슭에서 발견했습니다. 고향산천 밭언덕배기에 피어나던 그 산국이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고 산국이 피어날 때면 한절마 뒷산 기슭을 돌아오곤 했습.. 길따라 물따라 2015.10.09
천상병 시인1/문경아제 웃는 모습이 꼭 아이 같았던 당신 막걸리 두 되 담배 한 갑으로 한 생을 살다가신 빈털털이 당신 눈 한번 깜박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천상에서도 서울 부산 천릿길 그 먼 길을 흥얼흥얼 노래하며 오가실 당신. (2015.4.12.) 시 2015.10.08
다시 태어나도/문경아제 여보시오, 벗님! 우리 다시 태어나도 내외로 만납시다. 그땐 우리, 삼신할머니께 막걸리 몇 잔 받아드리고 지금처럼 아프다 소리 입에 달고 살아가는 약골이 아닌 튼튼한 강골(彊骨)로 만납시다. 노래 잘 하는 당신은 카펜트즈의 카렌처럼 노래 부르고 나는 당신 곁에서 시 쓰고 우리 집 .. 시 2015.10.08
아픈 하이힐/문경아제 벗은 하이힐 왼손에 거머지고 스마트폰 오른쪽 귀에 바싹대고 사박사박 걸어가는 백수 아가씨 오른 쪽 어깨엔 일상의 고달픔이 담긴 큼직한 파란 가방이 메여있다 살색 스타킹 뒤 꿈지엔 콩알만 한 숨구멍 뚫였는데 좀 전에 보고 나온 면접은 통과했을까? 시 2015.10.08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문경아제 독일이 통일 되기 전, 서독의 유명한 문학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라는 현상공모를 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온 수많은 응모작 중 대상은 이외로 시골학교 5학년여자어린이가 보내온 '나를 바라보는 우리 엄마의 눈' 이었습니다. 어린 딸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이런 저런 이야기 201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