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김정애 사노라면 가지런히 놓인 징검다리 같은 나날 중 하루만은 건너고 싶지 않는 그런 날 있다 시랑하던 사람과 기약 없는 이별 쓸쓸히 뒷모습 바라보고 돌아 와 두 눈에 흘러내리는 눈물 한 번 세월 속으로 흘러 가 버리면 두 번 다시 되 돌아오지 않는 금쪽 같은 시간마저도 싫어지는 울적한 .. 시 2015.11.02
야삼경(夜三更)/문경아제 김동한 두런두런 속닥속닥 까만 밤 아래 나란히 누운 두 여정(旅情) 귀뚜리 울음따라 밤은 깊어 가는데 무에 그리 우서운지 허허허 호호호호 까만 밤 지새우네 어둠속의 두 여정. 시 2015.10.31
자화상/문경아제 김동한 외줄기 바람이었나 소나기 지나간 강 언덕에 서서 장대비의 울음을 기억해 본다 저녁노을은 붉게붉게 타오르는데 시 한줄 낚기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가 겨울, 보리밭을 덮고 있는 새하얀 눈은 울 어머니 품속 같겠지. 시 2015.10.31
역에선 가로등/문경아제 임 없는 이 거리를 생각지 말자 뜨거운 이 눈물이 마를 때까지 나 혼자 아주 멀리 떠날까 말까 지울 수 없는 상처 마음의 상처 희미한 가로등은 역에서 운다 별 없는 이 거리를 생각지 말자 이것이 그대에게 행복이리면 괴로운 내 가슴에 스미는 바람 흐르는 눈물 방울 참지 못하고 희미한.. 이런 저런 이야기 2015.10.31
산수유/문경아제 김동한 꿈이 익었다 빨간 진주되어 알알이 익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님들은 아실까 반짝이는 갈햇살과 은빛 구름도 알고 있을까 저 동그란 항아리 안에 담겨진 빠알간 꿈을. 시 2015.10.31
강철원선생님/문경아제 60여 년 전, 나이 아홉살 때 입학한 초등학교는 경북 문경 가은에 있었던 '문양국민학교' 라고 하는 작은 학교였습니다. 지붕은 짚으로 엮은 이엉을 덮었고, 교실은 맨땅 위에 가마니를 깔아놓은 아주 가난한 시골학교였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을 칠 때마다 교실엔 먼지가 자욱히 피어올랐.. 수필 2015.10.27
빗님이 오시네/문경아제 밤사이 빗님이 오셨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랑하는 님이 고운 노래부르며 오시듯, 빗님도 그렇게 노래하며 오셨을 것입니다. 빗님은 계속 내리고 계십니다. 기상청 관측에 의하면 오늘 영주에 내린 비는 100mm이라고 합니다. 10월 강수량 100mm는 연속해서 3년을 넘기는 진기록이라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 2015.10.27
응원/문경아제 꼬마 아들 손잡고 길 가던 엄마 생긋 웃음 짓더니만 잡은 손 살짝 놓고 후다닥 달음박질 아뿔사! 엄마에게 선수 뺏긴 꼬마도령님 입 앙다물고 엄마 꽁무니 쫓아가는데 그 모습 내려다 보시는 동그란 햇님 어느 편 응원할까 망설이더니 팔짱끼고 빙그레 웃기만 한다 햇님은 그래서 둥근가 .. 동시 2015.10.25
오고 가는 편지/문경아제 경비아저씨께 드립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요. 101동 사는 승하예요. 설마 제 이름 잊어버리신 것은 아니시죠? 중간고사 끝나고 집에 들렸어요. 택시에서 내리는데 저만치에서 일하시는 아저씨 모습이 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짐 내려놓고 간식이라도 하시라고 우유.. 이런 저런 이야기 2015.10.25
우물/최영신 무너진 고향집 흙담 곁에 고요로 멈추어선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물을 퍼올리다 두레박 줄이 끊긴 자리, 우물 둘레는 황망히 뒤엉킨 잡초로 무성하다.그 오래 올려지 고 내려지다 시신경이 눌린 곳, 깜깜한 어둠만 가득 고여 지루한 여름을 휑구어낸다. 하품이 포물선처럼 그려졌다 사라.. 시 201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