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기차역/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28. 11:20

 

 

 

 

 

우리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기차역은 있습니다.

나는 기차역을 자주 찾습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날 오후에도,

노란 은행잎 나풀나풀 떨어지는 처연한 가을밤에도

기차역을 찾아갑니다.

대합실엔 뭇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의 사연이 배어있습니다.

그 사연 사연을 느껴보려고 시도 때도 없이 기차역을 찾아갑니다.

 

푸르른 달빛이 포도에 내려앉는 달밤에 기차역에 들렸다 집으로 돌아갈땐,

마치 낯설은 이국땅을 걷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국인 아닌 이국인이 되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도 시 한줄 낚아보려고,

기차역 대합실을 찾았으나 허탕치고 말았습니다.

서울행열차가 떠나갑니다.

"철거덕 철거덕!" 박자는 맞지만 음정은 엉망인 노랠부르며 서울행열차는 떠나갑니다.

승객들 꿈을 싣고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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