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보름달/문경아제 신영주우체국옆에 있는 은이식당에서 집사람과 둘이서 저녁을 먹고 돌아 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에 쌓인 구월보름달이 보였다. 구름은 달빛에 축축히 젖어 있었다. 길따라 물따라 2019.10.13
애노2/문경아제 먼데서 "우~!" 하고 짐승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울음 소리같았다. 첨엔 시민운동장 뒤편에 있는 우시장을 찾아가는 소울음소리로 알았다. 근데,소울음소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렸다. 그 소울음소리가 소가 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여름 어느날 밤에 알았다. 우리집에서 대여섯.. 미니 픽션 2019.10.13
안부/문경아제 여보게 지금 어떻게 사는가 자네 집사람도 안녕하신가 지난 번 자네를 만난 그날을 손꼽아보니 한해가 넘어갔네 ―남일해의 노래[안부]중에서 희영씨가 며칠째 소식이 없다. 선남씨도 마찬가지다. 오순씨는 벌써 오래되었다. 다들 바쁜 모양이다. 할일 없이 시간만 소비하는 노당인 .. 길따라 물따라 2019.10.12
집으로 가는 길/문경아제 외로운 가로등 하나가 골목길을 비춘다. 저 골목길은 나와 집사람이 하나로마트나 홈플러스를 오갈 때 걷는 길이다. 집사람은 오늘 속이 좋지않다며 거의 굶다시피했다. 밤, 하나로마트에 들려 전복죽 하나와 야채죽 두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저 가로등마냥 외로운 과객 되.. 길따라 물따라 2019.10.12
줄탁/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 별이 뜬다 한 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시 2019.10.12
서천의 일몰/문경아제 서천 강변에 서서 구수산너머로 넘어가는 저녁해를 바라본다. 넘어가는 저녁해가 떠오르는 아침해처럼 아름다운 것은 내일아침에 다시 오겠다는 곱디 고운 약속을 남기고 가기 때문이다. 길따라 물따라 2019.10.12
안동 낙동강 부용대/문경아제 안동 화회마을 낙동강변에 서있는 부용대(芙蓉臺)다. 1592년 임진란이 일어나자 나라의 방비를 소홀히 했던 조선은 존립이 풍전등화 같았다. 그 잘난 관료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던 말던 니편 네편 편가름해서 쌈박질만 해댔다. 그 중심에 윤두수가 있었다. 이순신, 정탁, 권율, 이항복, .. 미니 픽션 2019.10.12
2호선 지하철에서/문경아제 잠실나루역에서 2호선 지하철에 올라앉았다. 여늬때처럼 객실은 승객으로 빼곡했다. 손잡이를 붙들고 엉거주춤 늘어졌다. 왠 여학생이 자리에서 발딱 일어섰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고마워요 학생, 한 역만 가면 돼요." "아니에요. 앉으세요." "학생도 차암, 그러면 앉아볼까." 그 .. 미니 픽션 2019.10.11
문예대1기 전미선 수필가/문경아제 지난 오월, 충북 옥천 정지용문학관으로 문학기행 갔을 때, 문예대1기 박성우, 김경미, 전미경, 전미선 선배가 선배노릇을 아주 톡톡히 했다. 그런데 전미선 선배는 이름 석자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얼굴과 매치가 안 되어서 문예대강의시간에 살짝 물어봤다. "이름 석자가 어떻게 됩니까?.. 길따라 물따라 2019.10.10
세상사는 이야기/문경아제 횡단보도 이쪽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 파란불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있다. 친구인 것 같았다. 한 아이는 키가 아주 크고, 다른 아이는 키큰 아이의 어깨아래로 돈다. 둘이는 아주 친해보였다. 세상은 이런저런 조건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강자와 약자, 가진자.. 일상이야기 201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