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문경아제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맘때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산국을 만나려고 구수산기슭을 찾곤했다. 파란하늘이 더 높기만 한 오늘 아침나절에 산국이 지기전에 산국을 만나보려고 구수산기슭을 찾아갔다. 평강교회는 언제 보아도 건물이 아름답다. 누가 지었는지 설계 한 번 잘했다. 산기슭.. 미니 픽션 2019.10.26
순흥땅/문경아제 어제는 순흥에 올라갔다. 천연문화의 숨결이 살아흐르는 땅,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는 순흥땅 이곳저곳을 눈에 들어오는데로 폰에 담아봤다. 길따라 물따라 2019.10.26
공당문답/문경아제 "얼굴이 왜 그 모양인공?" "술에 취해 거실에서 꽈당 넘어져서 그렇당." "언제 그랬던공?" "지난 주, 토요일날 그랬당." "마누라에게 구박 많이 받았는공?" "그렇당! 깩깩 고함지르며 길길이 뛰었당." "병원엔 데불고 가던공?" "그래도 자기 영감이라고 데불고 갔었당." "몇 바늘 꿰맸는공?" "일.. 미니 픽션 2019.10.26
병원에서2/문경아제 아침 10시쯤 병원에 도착했더니 대기순번이 14번이었다. 딴엔 일찍온다고 왔는데 일반외과진료실 앞에는 환우들이 죽 늘어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번주 토요일에 상처부위를 꿰맸으니 오늘은 실밥을 풀는지도 모르겠다. 술이 웬수였다. 상갓집에 조문갔다가 대중없이 마셔.. 일상이야기 2019.10.25
종소리/문경아제 "땡그랑 땡, 땡그랑 땡!" 종이 울었다. 파란하늘 아래 성당 높다란 종탑에 매어 달린 종이 "땡그랑 땡, 땡그랑 땡" 울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아삼아삼하지만 1977년인가 아님 78년 초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잡힌다. 종탑에 기어올라가 종을 치는 사람은 나이 스물 남짓한 아가씨였다. .. 미니 픽션 2019.10.24
휴천동성당 국화/문경아제 국화와 코스모스는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요즘엔 도심에서는 만나기가 어렵다. 어제 오후 다섯시 조금 넘어서 영주복지관에서 주최한 경로잔치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휴천동성당을 들려봤다. 담장아래엔 형형색색의 국화가 한창이었다. 가을꽃 국화를 .. 길따라 물따라 2019.10.23
병원에서/문경아제 엊그제 토요일날 저녁때 술이 취해 거실에 쓰려졌었다. 앞으로 폭 거꾸러졌으니 얼굴이 성할리가 없었다. 눈두덩에서 피가 철철 쏟아졌다. 속이 상한 집사람은 고함을 "깩깩!" 질러댔다. 우리 내외는 영주교회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성누가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찢어진 눈두덩을 .. 일상이야기 2019.10.21
호박닢국/문경아제 작년 여름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때 나는 영주 무지개아파트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었다. 늘봄이네 외할머니 권여사가 콩가루 풀어넣고 끓인 국한그릇과 밥한사발을 가져왔다. 스물아홉에 고향떠나온 후로 몇십년만에 맛보는 호박잎국이었다. 어머니 생각.. 일상이야기 2019.10.21
아름다운 다리/문경아제 경비실 문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까만 비닐봉지 안엔 간식거리가 들어있다. 저 까만 비닐봉지는 경비원과 주민을, 정과 정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다리다. 일상이야기 2019.10.21
계단/문경아제 엊그제는 훨훨 날아 오르내렸고 어제는 슬슬 걸어서 오르내렸다 오늘은 넘어질까봐 한 계단 또 한계단 세월없이 오르내렸다 연지볼이 고운 바람이 손을 잡아주었다 생긋 웃는 미소가 아침햇살보다 더 밝았다 시 201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