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병원에서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10. 25. 10:26

 

아침 10시쯤 병원에 도착했더니 대기순번이 14번이었다.

딴엔 일찍온다고 왔는데 일반외과진료실 앞에는 환우들이 죽 늘어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번주 토요일에 상처부위를 꿰맸으니 오늘은 실밥을 풀는지도 모르겠다.

술이 웬수였다.

상갓집에 조문갔다가 대중없이 마셔버린 술이 철천지 웬수였다.

'그 좋은 술을 왜 타박허우. 그대 잘못은 모르고.'

'맞수, 그대 말이 구구절절히 맞수!'

그렇다.

술은 잘 마시면 청풍명월(淸風明月)같은 친구가 되지만,

잘못 마시면 몸과 마음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악우가 된다.

 

집사람 말이 귓전을 때린다.

"또 술마실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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