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불청객/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10. 29. 13:34

 

주방 식탁에 쭈구려앉아 점심을 먹는데 집사람이 들락날락거리며 하염없이 떠들어댄다.

"집안에 나처럼 요렇게 종달새 노래하듯이 지꺼려주는 사람이 있으만 그키 좋다네."

'씰데없는 소리하네. 개뿔같이 좋긴 뭐가 좋누, 밥좀먹자. 이 마누라야!'

그렇게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하는 일없이 놀고만 먹는, 삼식이 신세라 밥얻어먹는데 걸림돌이 될까봐 꾹 참았다.

 

제일 곤혹스런 일이 눈치코치없이 글쓸때 다가오는 집사람이다.

조그만 앉은뱅이책상은 안방문옆에 있다.

코꼴만한 책상앞에 쪼그려 앉아 글쓸때 부른 듯이 다가오는 집사람은 할수없는 불청객이다.

'코꼴만한'은 '아주 작다'는 뜻이다. 문경지방사투리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소설이라도 집필할 때, 그칠줄 모르는 집사람 종알대는 소리는 작업을 방해할뿐 아무런 득이 없다.

'종달새노래소리'는 덜 떨어진 집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강문희 시인의 서재가 참으로 부럽다.

넓은 공간에 벽난로까지 갖춰진 강문희 시인의 서재가 한없이 부럽다.

그래, 사람은 너나없이 타고난 팔자대로 사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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