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문경아제 할일없이 빈둥거리며 하루에 세끼밥을 꼭꼭 챙겨먹은 노인네를 '삼식이'라고 부른다. 근래에 생겨난 신조어다. 힘의 균형이 바깥노인에게서 안노인으로 쏠리면서 나타나는 노인세계의 풍속도다. 작년 말 아파트경비원을 그만두고부터 나도 어쩔 수 없이 삼식이가 되었다. 올봄, 고향동.. 길따라 물따라 2019.10.20
갈햇살/문경아제 맑고 포근한 갈햇살이 나를 대문밖으로 불러낸다. 그러니 어쩌랴. 나가볼 수밖에. 소담스런 노란 소국(小菊)을, 쪽빛 갈하늘을, 밝고 포근한 갈햇살을 폰에 담아본다. 궂은 일일랑 물러가고 좋은 일만 다가오라. 이런 저런 이야기 2019.10.19
애노3/문경아제 애노가 짖지 않고 울지 않으니 세상이 온통 조용하다. 채정이네 검둥개 애노가 울지 않고 짖지 안으니 무료하기 그지없다. 녀석이"컹컹!" 짖어되야 사람사는 동네 같은데, 애노가 짖지 않고 조용하니 동네가 적막강산이다. 누가 녀석의 입에 재갈을 물렸을까! 일상이야기 2019.10.18
이웃/문경아제 옛 어른들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은 전지(田地)와 이웃을 잘 만나야 된다!'라고. 아주 몹쓸 이웃들만 소복히 모여 살아가고 있는 곳이 우리동네 골목길이다. 살갑게 지나던 경무네 집은 15여 년 전, 시청앞 무지개 아파트로 이사갔고, 상수네 집은 시내 한복판으로 집을 지어 갔다.상은이.. 동화.소설 2019.10.17
타타타/김국환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 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음음 아 하하 산다는 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은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 추억의 노래 2019.10.17
늦가을/문경아제 버려진 텃밭에 피어난노란 돼지감자꽃이 곱다. 돼지감자꽃이 저렇게 고운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뉘집 담장아래, 길가 조그만 화단에 피어난 노란 국화가 참 곱다. 그에 뒤질세라 연자줏빛 소국(小菊)이 곱디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국화와 코스모스는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요즘은 국.. 길따라 물따라 2019.10.16
왜식건물/문경아제 영주구역통로에는 일제강점기 때의 왜식,목조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왜식건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반듯하다. 왜식목조건물은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다. 실용성은 우리의 전통한옥과 엇비슷하지만 예술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잔존(殘存)하는 일제강점기때의 문화도 부정할 .. 길따라 물따라 2019.10.16
엽서 한장/문경아제 여보, 우리 내년 이맘때는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납시다. 그때쯤이면 우리 막내아들 진환이 배필 찾을테지요. 여보, 신우 할머니! 우리 지금껏 그래왔듯이, 남은 여생 손맞잡고 두런두런 얘기하며 동행합시다. 오늘도 평안을 비오. 2019. 10. 13. 서천둔치에서 당신의 옆지기가. 일상이야기 2019.10.15
김범선 선생님/문경아제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갤러리에 모셔놓은,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 소설가 김범선 선생님 모습이다. 걷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만 그래도 건강하시다. 나는 선생님에게 수필과 소설, 동화, 기행문, 논설문, 스토리텔링 등 산문작법을 배웠다. 엊그제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일상이야기 2019.10.15
중추단상/문경아제 어제는 모처럼 시외로 나가봤다. 자전거 타고 시내만 뱅글뱅글 돌아다니다가 맘이 가는데로 서천교를 건너, 영주여중을 지나 창진교쪽으로 자전거핸들을 돌렸다. 외딴 길녘엔 구절초가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연보라빛 구절초는 산국, 감국, 쑥부쟁이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이다.. 수필 201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