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시외로 나가봤다.
자전거 타고 시내만 뱅글뱅글 돌아다니다가 맘이 가는데로 서천교를 건너,
영주여중을 지나 창진교쪽으로 자전거핸들을 돌렸다.
외딴 길녘엔 구절초가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연보라빛 구절초는 산국, 감국, 쑥부쟁이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이다.
가을하늘 아래 바람에 한들거리는 연보라빛 구절초가 참으로 곱고 청초해보였다.
창진교밑으로 흘러가는 저 물은 풍기 수철동 희방계곡에서 발원하는 남원천이다.
소백산자락마을 순흥 덕현계곡과 초암사에서 골짝에서 발원하는 죽계천이
아지동 아랫내에서 합수하여 서천(西川)을 이룬다.
영주사람들의 생명수인 서천은 서천교를 지나 경북전문대학교와 문정마을을 거쳐
문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휘돌아 예천 삼강으로 흘러던다.
들판엔 벼가 누렇게 익었다.
농부들의 피땀이 풍요로운 결실로 이어졌다.
벼를 벤곳도 듬성듬성 보였다.
파랗게 펼쳐진 엇갈이무밭이 끝없이 넓어보였다.
가물가물하게 뻗어있는 좁다란 농로엔 할머니 두분이 메뚜기 잡는데 정신이 팔렸다.
팔딱팔딱 뛰는 메뚜기가 굼떤 할머니들 손길보다 훨씬 빠르다.
돌아오는 길에 서천둔치에 들려봤다.
어른이고 아이고 흰티 하나를 입고 있다.
땅꼬마 공주님은 키보다 훨씬 더 큰 옷을 입고 있다.
걷기대회를 한 것 같았다.
빨간 우체통에 엽서 한장을 넣었다.
일년 뒤에 배달되는 느린 편지였다.
내년 이맘쯤 엽서를 받아던 집사람은 차마 울까 웃을까.
파란하늘엔 새털구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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