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마을 꼬불꼬불한 골목길 초입에 있는 저 집은 40여 년 전엔 한창수라는 어른이 살던 집이었다.
당시 그 어른은 쉰 줄은 넘긴 듯했다.
국영기업체 징수원으로 근무할 때, 담당구역이 구성마을 한창수 어른이 살던 동네였다.
언젠가 그 어른 집에 들렀을 때,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문경 가은이라고 했더니 그 어른은 빙그레 웃으시며 "노강국이 그 노무 자식 내가 엮어 넣다!"라고 했다.
그 어른은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하셨다고 했다.
노강국 씨는 50년대 중반 김천에서 문경까지 경북선을 주름잡던 학생 깡패였다.
고향마을 아랫동네 성 너머에 집이 있었다. 상주농잠 10여 년 선배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삼청교육대에 붙잡혀 갔는지 그 선배의 그림자는 그 뒤 보이지 않았다.
구성마을을 지날 때면 이따금 사람 좋았던 그 한창수 어른을 생각하며 골목길을 지나가곤 했다.
40여 년 전의 일이었으니 살아 계신다면 그 어른 연세가 아흔은 조금 넘었을 것이다.
옆도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벽창호 같은 세월은,
삼십 대 젊은이를 일흔이 넘은 노인네로 만들었다.
빙그레 웃으시던 그 어른의 멋스러운 웃음을 허공 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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