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자라난 달풀의 하얀 솜꽃이 바람에 날린다.
뉘 집 담장엔 잎 떨어진 감나무에 주저리주저리 달려있는 빨간 감이 앙증스럽다.
계절은 만추를 넘어서서 겨울로 치닫는데 빛바랜 해바라기는 아직도 여름의 꿈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서천둑방길 벤치에 나홀로 앉아있는 영감님 얼굴엔 우수(憂愁)가 가득하다.
모르긴해도 영감님은 쌍무지개를 꿈꿨던 젊은 날의 자신을 회상할 것이다.
친구 경호랑 학유정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인(知人)의 집엘 들려봤다.
주인장은 조그만 텃밭에서 거둠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조그만 텃밭에서도 가을은 은근슬쩍 겨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이땅의 산야(山野)가 그러하듯, 자연의 준엄한 법칙에 따라 스리슬슬 물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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