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딸아이/문경아제 애물단지 딸아이가 어제 안동병원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집사람과 같이 오늘 수술받은 딸아이를 만나보려고 안동병원엘 갔다. 초췌해진 딸아이의 몰골이 너무도 안쓰러워 눈물이 핑돌았다. 딸아이는 시집을 가도 애물단지였다. 딸아, 예쁜 딸아, 우리 집 애물단지 애비 어미 딸아! .. 일상이야기 2019.11.19
하얀 연기 피어오를 때/문경아제 가을비가 내립니다. 추절추절 내립니다. 가을비는 쓸쓸하고 서글펍니다. 비가 그치고나면 추워지겠지요. 학유정(鶴游亭)에 난로를 피워놓고 이웃님들 오기를 기다립니다. 난로가 달아오릅니다. 따사한 열기가 뱅글뱅글 돌고돌아 좁다란 공간을 가득 메웁니다. 저 굴뚝에 하얀연기 모락.. 길따라 물따라 2019.11.17
담쟁이/문경아제 동서도이치란드가 통일되어 베르린 장벽이 무너진지도, 브르덴부르크문이 없어진지도 이미 오래되었건만 저 빨간 담쟁이는 그 어디에 가려고 저렇게 높다란 벽을 기어오르는가! 길따라 물따라 2019.11.15
칼국수/문경아제 오늘은 점심도 칼국수 저녁마저도 칼국수로 때웠다. 점심은 집사람과 함께 오늘 개업한다는 '뚝방길 칼국수'집에서 저녁은 길선배랑 '신영주칼국수집'에서 먹었다. 신영주칼국수집은 칼국수도 구수했지만 깍두기가 맛깔스러웠다. 꼭 옛날에 우리 어매가 담가주던 깍두기맛 같았다. 깍두.. 맛집 2019.11.15
만추2/문경아제 제멋대로 자라난 달풀의 하얀 솜꽃이 바람에 날린다. 뉘 집 담장엔 잎 떨어진 감나무에 주저리주저리 달려있는 빨간 감이 앙증스럽다. 계절은 만추를 넘어서서 겨울로 치닫는데 빛바랜 해바라기는 아직도 여름의 꿈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서천둑방길 벤치에 나홀로 앉아있는 영감님 얼.. 수필 2019.11.13
두부장수종소리/문경아제 희뿌연 새벽길에 들려오는 종소리 땡그랑 땡그라앙 땡그라앙 땡그랑 구수한 손두부래요 나와봐요 어서 빨리 땡그랑 땡그라앙 땡그라앙 땡그랑 새벽잠 깨워놓고 골목길 돌아가는 밉고도 정겨운 소리 두부장수 종소리 오늘은 지각인가 아니면 결석인가 아니오 아니라오 땡그랑 그 종소리.. 미니 픽션 2019.11.12
가을꽃 국화/문경아제 이젠 파란하늘이 차거워보인다. 오늘이 입동(立冬)이다. 가을인가했더니 계절은 알게 모르게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 마당에 내어넣은 철쭉분도 관음주분도 거실로 옮겨야겠다. 오후엔 자전거타고 신영주 구석구석을 돌며 가을꽃 국화(菊花)를 폰에 담아왔다. 그윽한 국향(菊香)이 폰으.. 길따라 물따라 2019.11.08
애노가 땡땡이쳤다/문경아제 어제밤엔 채정이네 검둥개 애노가 조용했다. 애노가 짖지 않으니 동네가 밤새도록 조용했다. 어제밤엔 왜 애노가 짖지 않았을까? 몸이 아팠을까? 자고일어났더니 "컹컹컹!" 짖어대는 애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밤 애노는 불침번을 서지않고 땡땡이를 쳤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미니 픽션 2019.11.08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는 해/문경아제 어제 오후, 두시 조금 지나서 부석사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량수전에서 저만큼 비켜서서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엊그제에도 부석사를 찾아갔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가 심술을 부려 발길을 돌려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영주시내에서 부석사를 가.. 길따라 물따라 2019.11.06
우리동네 불침번/문경아제 김동한 애노가 짖는다. 우리동네 든든한 불침번 채정이네 검둥개 애노가 컹컹 짖는다. 애노가 짖는 걸 보니 밤이 깊었다보다. "애노야, 수고하거래이!" 일상이야기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