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나루역에서 2호선 지하철에 올라앉았다.
여늬때처럼 객실은 승객으로 빼곡했다.
손잡이를 붙들고 엉거주춤 늘어졌다.
왠 여학생이 자리에서 발딱 일어섰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고마워요 학생, 한 역만 가면 돼요."
"아니에요. 앉으세요."
"학생도 차암, 그러면 앉아볼까."
그 여학생의 맘씀이 비쩍 마른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며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요즘은 시내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아이들이 잘 없기 때문이었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도덕적규범으로 자리매김한 차안에서의 윗어른들께 자리양보는 실종된지 이미 오래다.
우리 집 큰 아들, 첫결혼이 무난했더라면 내게도 저만한 손녀딸이 있었겠다.
저 여학생은 우리 집 큰 손녀딸 신우보다 다섯살은 더 들었겠다.
지하철은 한강을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한강은 더 푸르게 보인다.
한강!
서울시민의 젖줄이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저 한강은 굽이 굽이 휘돌아 흘러가며 들판을 적셔주고, 강을 끼고 살아갔던 억조창생들에게 생명수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철커덕 철커덕 신바람나게 달려가던 지하철이 강변역에 멈춰섰다.
그래, 강변역에 내리면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가자.
포장마차 간이식당에서 먹는 가락국수 맛은 일품이려니.
그리곤 영주행 버스에 올라앉아 영주로 내려가자.
우리네 전통문화가 살아숨쉬고, 고고(高孤)한 선비의 숨결이 들려오는 소백산 동녘땅 영주로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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