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현초등학교를 지나서
둑방길을 올라서서 아산병원 가는
좁다란 인도 갓길에 피어난 구절초가 곱다.
비바람에 넘어졌을까. 안쓰러운지 지나가는 여인이 일으켜세운다.
키가 훤칠한 오십대 초입에 들어섰을 듯한 여인이었다.
"구절초가 쓰러졌네요."
말을 걸어보았다.
여인이 생긋 웃으며 응수를 해왔다.
"네, 그냥두기가 안쓰러워서 일으켜세우려고요."
"길가다가 우연히 고운 님 만났네요. 구절초, 쑥부쟁이, 감국, 산국, 개미취 같은 국화과에 딸린 야생화를 통틀어서 우린, '들국화'라고 부르지요."
"들꽃을 많이 알고 계시네요."
그랬다.
오 육년 전, 산국과 감국을 만나보려고 영주 인근 산기슭을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아동문학을 하다보니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머, 그래요. 저도 아동문학을 해요. 선생님은 동시쪽인가요?"
"주로 동시를 쓰지만 가끔은 동화도 써요."
"저는 동시래요."
"산책나오셨지요. 고운 인연엮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병원에 갑니다."
"선생님두요.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강하세요!"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저쯤에 성내천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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