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제복 시절의 추억1/문경아제 사령관공관은 산기슭에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그런대로 좋았다. 오늘같은 가을날, 비라도 내리면 판츠우의 뒤집어쓰고 보초를 서자면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멀리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빗줄기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두고 온 고향과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났.. 이런 저런 이야기 2016.11.21
가랑잎 편지/문경아제 어젯밤 수염이 하얀 된서리 할아버지가 다녀가시며 가랑잎에 이런 편지를 남기셨네요 날씨가 추워졌어요 고뿔들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 동시 2016.11.13
화장실 청소/정동현 아 글쎄 이렇게 냄새나는 화장실을 날 보고 청소하래. 아 글쎄 저 지저분한 변기들을 날 보고 닸으래요. 집에선 손끝 하나 까딱 않는 귀여운 말광냥이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신 이 몸에게 아 글쎄 하필이면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거야! "누군가는 해야겠지." 투덜대.. 동시 2016.11.09
아침/문경아제 꼬맹이 아들 두 어깨 끌어안고 엄마가 걸어간다 뒤뚱뒤뚱 걸어간다 해뜨는 아침 골목길을 오리 두 마리가 걸어간다 뒤뚱뒤뚱 걸어간다 귀여운 새끼 오리와 예쁜 엄마 오리가 서로 밀고 당기며 뒤뚱뒤뚱 걸어간다 갈바람 아줌마도 뒤질세라 가랑잎 굴리며 걸어간다 생긋생긋 웃으며 살랑.. 동시 2016.11.07
자매/문경아제 열 살짜리 언니와 여섯 살짜리 꼬마동생이 손잡고 나란히 갈어갑니다 나풀나풀 까불까불 걸어갑니다 티격태격 토닥토닥 쌈도 하지만 언니는 동생없이는 심심해서 떼쟁이 동생은 언니없으면 떼쓸데가 없어 못산다네요 어린 자매 둘이서 걸어갑니다 나풀나풀 까불까불 걸어갑니다. 동시 2016.10.17
사도세자/도미 금이야 옥이야 태자로 봉한 몸이 뒤주 안에 죽는구나 불쌍한 사도세자 꽃피는 청춘도 영화도 버리시고 흐느끼며 가실 때엔 밤새들도 울었소 궁성은 풍악과 가무로 즐거운 밤 뒤주 안이 웬 말이오 원통한 사도세자 황금의 왕관도 사랑도 버리시고 억울하게 가실 때엔 가야금도 울었소 '사.. 추억의 노래 2016.10.16
나는, 나비/김륭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 혼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엄마의 말 한마디에 날아갈 뻔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가는 줄 알았다 너무너무 좋아 진짜로 날아갔다 날아왔다 팔랑팔랑 나는, 나비 한 번씩 날아다니지 않으면 길가의 꽃들이 갸웃갸웃 이상하게 쳐다본다 동시 2016.10.12
불청객2/문경아제 어제는 당직을 섰다. 나이가 드니 당직 서기도 만만찮다. 비가 밤새워내렸다. 강풍은 아니었지만 바람도 불었다. 아침, 추절추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필요할 때도 간혹 있긴 하지만 갈비는 거의 쓸데없는 비다. 가을비는 그저 나물비 정도면 된다. 태풍이 제주도를 .. 수필 2016.10.05
동시세편/문경아제 김동한 따라가기 산처럼 든든한 아빠 뒤를 여섯 살배기 딸내미가 졸랑졸랑 따라간다 오백 원짜리 동전 같은 동그란 입으로 노래 부르며 나풀나풀 따라간다 꼬마 아가씨 뒤를 기을볕이 따라간다 하얀 햇살 비추며 생긋 웃으며 따라간다. 나팔꽃 골목길 담장 아래 나팔꽃이 피었네요 빨간꽃 진자.. 동시 2016.10.02
아침나절 "찌리릭 찌익 찌리리 찍" "호르르 호르르" 새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은 이 나무 저 나무에 앉아서 서로 노래를 주고 받는다. 어느 새가 노래를 썩 잘부르는지는 갈바람과 갈햇살이 알일이다. 인간들의 귀에는 모든 새의 울음소리가 빼어난 가수의 목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기야 할 수 .. 수필 201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