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장갑/손시향 서쪽하늘 끝자락에 정월열아흐레 새벽달이 떠있습니다. 달을 보노라니 그 옛날 손시향이 불렀던 '검은장갑'이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어릴적, 중학교3학년때 마을에 봉사활동 나온 대학생 형들이 부르는 노래를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54년 전의 까마득한 옛날얘기입니다. 그때의 대학생.. 추억의 노래 2017.02.15
애기의 웃음/서정주 애기는 방에 든 햇살을 보고 낄낄낄 꽃웃음 혼자 웃는다. 햇살엔 애기만 혼자서 아는 우스운 얘기가 들어 있는가. 애기는 기어가는 개미를 보고 또 한번 낄낄낄 웃음을 편다. 개미네 허리에도 애기만 아는 배꼽 웃길 얘기가 들어 있는가. 애기는 어두운 밤 이불 속에서 자면서도 낄낄낄 혼.. 동시 2017.02.07
편지/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동시 2017.02.01
햇무리 아이들/신수진 뻥 뻥 하늘 머얼리 공이 달아나고 우르르르 아이들이 공을 쫓아 솟아오르면 한낮의 둥근 태양도 갈 길 잊고 공을 따라 뛰어간다 아이들 함성이 이리 콩 저리 콩 발끝에서 발끝으로 날아다닐 때 데굴데굴 온종일 흙강아지들은 축구공과 하나되어 바람을 만든다 밥짓는 냄새가 둥실둥실 마.. 동시 2017.01.02
푸른제복시절의 추억5/문경아제 엠1소총 1000인치 사격을 끝낸 훈병들에게 10분간 휴식이 주어졌다. 훈병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꿀맛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담배 한 발 장진!" 조교의 장난끼 어린 구령이 떨어지자 훈병들은 일제히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파란 담배연기가 허공에 흩어졌다. 담배를 안 피우.. 길따라 물따라 2016.11.26
푸른제복시절의 추억3/문경아제 원우상이라는 전우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계급도 나와 똑 같은 상등병이었고 나이도 스물 셋 동갑내기였다.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그 친구는 헤엄을 참 잘쳤다. 무더운 여름날 순시를 나가지 않을 때면 부두에 배 띄워 놓고 우리는 헤엄을 치며 놀곤 했다. 원 상병의 수영 실력은 수준급이.. 길따라 물따라 2016.11.24
푸른 제복 시절의 추억2/문경아제 군복무를 할때인 1968년, 그 당시엔 울산, 용잠마을에서 장생포를 가려면 거룻배를 타고 건너야 했다. 5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까마득한 옛일이라 기억이 아삼아삼하다. 그때 그 거룻배의 사공이 처녀뱃사공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바닷가 사람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노.. 수필 2016.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