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여우딸/문경아제 비가 내린다 여우비가 조록조록 내린다 아빠가 쓰고가는 큼직한 우산엔, '툭툭!' 빨간 말총머리 딸아이가 쓰고가는 조그만 우산엔, '톡톡!' 빗방울 떨어진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빠 발자욱 쫓아 졸랑졸랑 따라가던 쬐끔한 여우발자욱이 소리친다 "아빠, 양말 다 졌었어!" 동시 2017.08.04
봄날 오후/문경아제 김동한 화단 경계석에 아이가 오도카니 앉아있다 "혼자니?" "야!" "형아는 학교갔니?" "야" "심심하겠다!" 해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포근한 햇살 한 자루를 아이에게 쏟아 붓는다 동시 2017.08.04
푸른제복시절의 추억/문경아제 장생포는 울산시 남구에 속하는 울산만 서쪽에 위치한 포구다. 고래잡이 전진기지로서 유명했던 곳이다. 20대 젊은 시절 난 삼년간의 군생활을 거의 울산에서 했다. 육군 경비정 울산호를 탔을 때, 그때 장생포항은 우리배의 정박항이었다. 우리배는 앞뒤로 케라바50이 설치된 20톤철선이.. 길따라 물따라 2017.07.28
남간재 야경1/문경아제 2017년 6월26일(음 6월 초나흘) 밤8시경, 남간재 야경입니다. 차들이 분주하게 고개를 넘어가고, 넘어옵니다. 고갯길을 올라가는 차는, "아이구 숨차죽겠다" 하고 내려오는 차는, "한참 땀 뺐다" 라고 궁시렁거리며 고갯길을 내려섭니다. 저쯤에 동산아파트가 보입니다. 영주여객쪽으로 가는 .. 길따라 물따라 2017.07.26
할배/문경아제 어제 오후 여섯시쯤이었다. 땅에 쫙달라붙는 땅달이 땅꼬마가, "할배!"하고 나를 불렀다.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할배'소리였다.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방을 둘러매고 있는 꼬맹이에게 물었다. "할배---"라고 불렀니?" 아이는 아직 언어구사가 잘 안되는듯 했다. 긴 갈색머리의 .. 길따라 물따라 2017.07.26
등굣길/문경아제 비오는날, 아이들이 한 줄로 기다랗게 늘어서서 학교에 갑니다. 빨간우산, 파란우산이 있습니다. 까만우산, 하얀우산도 보이네요. 그러나 그 옛날엔 보였던 찢어진 우산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기야 시대가 어느 땐데, 보일리가 없지요. 아이들 우산 위로 빗방울이 "톡톡!" 떨어집니다. .. 길따라 물따라 2017.07.22
소나기1/문경아제 소나기가 그친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떠있습니다. 뜨거운 햇볕이 쏟아집니다. 세월 저 편으로 사라져버린 어릴 적, 여름날의 추억들이 눈물겹게 그립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져간 옛 추억 더듬으며 박영교 시인의 시, 풍금소리를 읊어봅니다. 풍금소리 박영교 앉으면 고추가 삐쳐 나오던.. 길따라 물따라 2017.07.18
외나무다리/문경아제 옛날, 우리 마을에서 아랫마을 성너머를 가려면 목고개를 넘어 조금만 걸어가면 되었습니다. 우리 마을 새터에서 성너머까지는 약 700m쯤 됩니다. 성너머 앞 강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있었습니다. 다리목은 소나무둥글로 세우고, 상판은 기다란 둥글로 얼기설기 엮고, 그 위에 소나무가지.. 길따라 물따라 2017.07.16
기차길옆 오막살이/문경아제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기차길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 큰다 칙폭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 큰다 그 옛날, "깨애액"하고 기적을 울리며 검은 연기 뿜어대며 산모퉁.. 길따라 물따라 201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