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문경아제 김동한 비가 내린다 아이가 쓰고가는 우산 위에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나폴나폴 걸어간다 아이 등 뒤에 할머니와 강아지가 빙그레 웃으며 줄래졸래 따라간다 저만큼 떨어져서 .. 동시 2017.07.03
할머니와 아기염소/정성수 아기염소가 풀을 뜯는 사이 할머니는 그 옆에서 조알조알 졸고 있다 배가 부른 아기념소는 할머니가 깰가 봐 그 옆에서 다소곳이 엎드려 있다 염소 꼬리 같은 저녁 해가 서산으로 꼬리를 감춘다 아기염소가 그만 집에 가자고 매애~ 운다 할머니가 알았다고 하아~ 하품을 한다 할머니는 아.. 동시 2017.06.19
노욕(老慾)/문경아제 경상도 할배가 네 살배기 손녀딸 업고 둑길을 걸어가다 등에 업힌 손녀딸에게 묻는다 "우리 초롱이는 세상에서 누가 젤 좋노?" "엄마" "그 담엔?" "애기!" 할부지 얼굴은 붉그락 푸르락 "할부지는 안 좋나?" "할부지도 쬐끔 좋아" '에라 요 여시같은 놈' 햇님이 빙그레 웃으신다 시 2017.06.12
세월이 가면/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싸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 은 작년 가을엔가 내블로그에 소개된 바 있다. 박인환 시인은 1926년 8월15일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했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나온 박 시인은 1946년 '국제신보'를 통해 등단했다. 그는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었다. 박인환은 술을 좋아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지금 껏 전해지는 .. 한국인의 사랑시 2017.06.12
섬집아기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섬그늘을 달려옵니다 아이가 아파트 쉼터에 앉아 피리를 분다. 동.. 동시 2017.06.09
출판기념회1 오늘, 영주시립도서관 까치홀 철쭉갤러리에서 김점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립다 말하기 전' 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행사장은 지역의 문인들과 내빈들, 축하객들로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했습니다. 오랜만에 여러 문우님들을 만나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시는, 문학은, 사람과 .. 이런 저런 이야기 2017.04.15
이웃/문경아제 창밖으로 보이는 이웃 집들입니다. 정경은 좋은데 한 두집 외에는 누가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서로가 바뻐게 움직이고 그러다보니 그렇겠지요. 도시의 생활이란 게 그런거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 2017.04.05
우리 엄마 보물/최순규 우리 엄마 보물 1호는 덕지덕지 때가 낀 하모니카 초등학교 졸업식 날 외삼촌이 사 주셨다는 나보다 나이 많은 은빛 하모니카 부드러운 천으로 곱게 싸서 장롱 속에 넣어 둔 보물단지 하모니카 장난감같이 조그만 것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도레미파솔 맹꽁이 소리 같은 오빠 생각 동시 2017.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