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생각/문경아제 까만 무명 치마저고리 입고 내 손목잡고 삽짝을 나서던 누나 누나처럼 까만 무명 바지저고리 입고 누나 손잡고 삽짝을 나서던 나 참 따사하고 고운 누나 손 누나 손은 아직도 곱고 따사하겠지 시 2017.09.18
나팔수는 싫다/문경아제 앞산 그늘에서 산비둘기가 운다 구구구구 울지 않고 "적폐적폐!" 하고 운다 길가 감나무 밑에서 귀또리가 운다 귀똘귀똘 울지않고 "청산청산!" 하고 운다 엉거주춤 밤마실나온 범아제비가 귀또리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입이 삐뚤어졌나 왜 그렇게 우냐?" 적폐청산 안 당하려면 너도 그렇.. 시 2017.09.09
가을/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 동시 2017.09.07
잠자리떼/문경아제 어릴 적 이맘때쯤이면 널따란 마당 위엔 잠자리들로 빼곡했다. 빨간 고추잠자리와 누르스럼한 메밀잠자리들이 한데 얼려 추어대는군무는 참으로 현란했다. 그 옛날 어럴 적, 가을 하늘의 백미는 잠자리떼의 군무(群舞)였다. 요즘은 어떤가? 어쩌다 메밀잠자리 한 두마리가 보일뿐 잠자리.. 수필 2017.08.27
이웃2/문경아제 퇴근길, 휴천3동 어느 골목길을 지날때였다. 뉘집 담장아래 할머니 네댓분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계셨다. 옛날얘기이거나 아님 세상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계셨으리라. 선선했던 탓인지 할머니들은 얇은 이불 한장을 함께두르고 계셨다. 할머니들 다리는 이불속에 감춰.. 이런 저런 이야기 2017.08.26
박꽃2/문경아제 당신은 왜 밤에만 오시나요 낮에 오시면 발이라도 부르트나요 별님이 좋아서 밤에만 오시나요 매미소리 그치면 당신은 머언 남국으로 떠나가시겠죠 "내년 6월에 돌아올게요" 떠나실 때 손가락걸고 하실 그 말씀 믿으며 난 당신을 기다릴게요 풀색 치마에 하얀 무명저고리 입고 환하게 웃.. 시 2017.08.23
바램/문경아제 이젠 대문앞에 서성이는 내 눈길 거둬드려야겠다 진자줏빛 접시꽃보다 더 고운 내 눈길, 잡안으로 불러드려야겠다 방학이 다 끝나가는데 오지않는 손녀딸 기다리는 내 눈길 이제 그만 집안으로 불러드려야겠다 오지 않아도 괜찮으니 맑고 밝게 건강하게 쑥쑥 자라만 다오 밤톨같은 우리.. 시 2017.08.21
제비가 그립다/문경아제 제비가 보이지를 않는다. 이맘때면 전깃줄에 빼곡히 앉아서 강남갈 준비를 하던 그 많은 제비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집으로 이사를 오던 1986년, 이맘때쯤이면 제비가 하늘을 가득 메웠었다. 해떨어지는 저녁이면 박쥐떼가 또 하늘을 가득 .. 일상이야기 2017.08.15
울고 넘는 박달재/박재홍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수라고 한다. 가수 중엔 노래부르는 일을 업으로 삼는 프로가수도 있고, 프로가수 뺨치게 노래를 기막히게 잘부르는 아마추어 가수도 있다. 나도 가수다. 남이 인정하지 않는 아마추어가수다. 남에게 누를 끼칠까봐 혼자 있을때만 즐겨 노래를 부르는 나홀로 .. 추억의 노래 2017.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