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맘때쯤이면 널따란 마당 위엔 잠자리들로 빼곡했다.
빨간 고추잠자리와 누르스럼한 메밀잠자리들이 한데 얼려 추어대는군무는 참으로 현란했다.
그 옛날 어럴 적, 가을 하늘의 백미는 잠자리떼의 군무(群舞)였다.
요즘은 어떤가? 어쩌다 메밀잠자리 한 두마리가 보일뿐 잠자리떼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잠자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오지 않는 것일까?
잠자리떼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제비떼가 보이지 않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할 것이다.
인간들 위주로 변형된 환경이 싫어서, 적응을 하지못해, 제비떼도, 잠자리떼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현대문명에 길들어진 우리네 인간들의 탐욕이 잠자리를, 제비를 오지못하게 막고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어쩌랴! 파란하늘에 사랑의 쌍곡선을 그려되는 제비의 비행이, 빨간고추잠자리의 현란한 군무가 그리우면 눈 지그시 감고 추억여행이나 떠날 수 밖에 없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메밀잠자리 한 마리가 빙글빙글 돌며 곡예비행을 하고있다. 넓고넓은 파란 하늘이 좁다고 투덜되면서 빙글빙글 곡예비행을 하고있다. 내맘을 알고나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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