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7년 8월25일 아침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8. 25. 11:23

 

 

창문이 반쯤 열려있습니다.

창문밖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습니다. 구름은 어딘가를 향해 부지런히 가고있습니다. 한 무리 구름이 가고나면 어디서 나왔는지 또 한무리의 구름이 뒤따라갑니다.

배가고픕니다.

할일 없이 누워서 하늘만 올려다보는데도 배가고픕니다. 집사람은 아침부터 밥하기 싫다며 뒤로 벌렁나자빠집니다. 전업주부가 밥하기가 싫다니 예삿병이 아닙니다. 이만저만 큰병이 아닙니다.

집사람은 나와 결혼을 한, 1972년 3월18일에 전업주부가 됐습니다. 올해로 꼭 만 45년이 되는 고참 주부입니다.

우리 내외는 허약체질입니다. 둘 중에 하나라도 건강하면 좋으련만 그렇지를 못합니다. 부부는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가다보면 서로 닮아간다는데 맞는 말인가봅니다.

"어디 시켜먹읍시다!" 밥하기 싫다는 집사람이 그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아. 아침부터 배달하는 식당이 어디있나."

"하긴 그러네."

집사람은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아침은 또 먹다남은 밥으로 끓인 죽으로 때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굶는 것 보다는 한결 낫지요.

2017년 아침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삶의 한 족적을 그렇게 남겨놓고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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