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 그늘에서
산비둘기가 운다
구구구구
울지 않고
"적폐적폐!" 하고 운다
길가
감나무 밑에서
귀또리가 운다
귀똘귀똘
울지않고
"청산청산!" 하고 운다
엉거주춤
밤마실나온 범아제비가
귀또리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입이 삐뚤어졌나
왜 그렇게 우냐?"
적폐청산
안 당하려면
너도 그렇게 울어야될 걸
"에라, 이 얼빠진 놈아!
내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겐 못 울어"
부르르 떠는 범아제비
두 발을
싸늘한 가을밤바람이 할퀴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