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수는 싫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9. 9. 10:42

앞산 그늘에서

산비둘기가 운다

구구구구

울지 않고

"적폐적폐!" 하고 운다

 

길가

감나무 밑에서

귀또리가 운다

귀똘귀똘

울지않고

"청산청산!" 하고 운다

 

엉거주춤

밤마실나온 범아제비가

귀또리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입이 삐뚤어졌나

왜 그렇게 우냐?"

 

적폐청산

안 당하려면

너도 그렇게 울어야될 걸

 

"에라, 이 얼빠진 놈아!

내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겐 못 울어"

부르르 떠는 범아제비

두 발을

싸늘한 가을밤바람이 할퀴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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