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박상숙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9. 6. 21:47

산다는 건 어쩌면

저마다 가슴에

빈 우물을 파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 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가 되어 돌아오는 날

제 속 깊은 곳에 수장된

설운 것이거나 아픈 것이거나

외로움이거나

쓰라린 기억들 목밑까지 차올라

메아리를 그리는 날에도 차마

입으로 퍼올릴 수 없는

목마른 심연

 

비내리고 바람 불고

간혹 별빛이거나 달빛의 파문에도

고독하게 돌아 앉아

철이 들어가는 세월

 

산다는 건 때로

시리게 멍이 들어가는 그 우물을

홀로 보듬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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