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어쩌면
저마다 가슴에
빈 우물을 파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 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가 되어 돌아오는 날
제 속 깊은 곳에 수장된
설운 것이거나 아픈 것이거나
외로움이거나
쓰라린 기억들 목밑까지 차올라
메아리를 그리는 날에도 차마
입으로 퍼올릴 수 없는
목마른 심연
비내리고 바람 불고
간혹 별빛이거나 달빛의 파문에도
고독하게 돌아 앉아
철이 들어가는 세월
산다는 건 때로
시리게 멍이 들어가는 그 우물을
홀로 보듬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