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텁텁했던
당신의 미소가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갈 마당
타작마당에서
막걸리 한 사발
벌컥버컥 마시고
파란 하늘 올려다보시며
싱긋 웃으시던 당신의 그 미소가
하얀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당신은
말년에 이 외아들을 무척 힘들게 하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치매를 앓으시던 당신은
벽에 누런 분칠까지 하셨습니다.
어느해 정월대보름날 며느리가 드린 오곡밥이
적어셨는지
몰래 마냥 퍼잡수시고
바지에 설사를 한없이 하셨지요
정신이 멀쩡하시던 날
"그래도 병든 애비지만 없는 것 보다야 안낫겠나!"
하시던
당신의
그 말씀이
메아리되어 귓전에 울립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시니까요.
_시인의 변
아버지를 시제로 한 시는 보기가 참 힘듭니다.
어머니를 시제로한 시는 하고많은데 아버지를 시제로한 시는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는 외롭습니다. 자식들도 어머니는 찾지만 아버지는 잘 찾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든 아버지는 더 그렇지요.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일 때가 많습니다.
나이들어 할아버지가 된 어버지의 낙 중하나는 손주들 재롱입니다. 스마트폰에 손주들이 전화라도 걸어올 때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친구들과 고스톱치다 쓰리고에 양피박 씌운 것 보다 더 신바람이 납니다.
별빛 내리는 가을하늘 올려다보며 할아버지가 나직이 두 손녀딸을 부릅니다.
"김신우, 김시우, 시인우우야아, 시이우우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