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푸른제복시절의 추억3/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1. 24. 10:00

원우상이라는 전우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계급도 나와 똑 같은 상등병이었고 나이도 스물 셋 동갑내기였다.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그 친구는 헤엄을 참 잘쳤다. 무더운 여름날 순시를 나가지 않을 때면 부두에 배 띄워 놓고 우리는 헤엄을 치며 놀곤 했다.

원 상병의 수영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커다란 물개 한 마리가 노니는듯 했다.구경할만 했다. 이쯤되면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경상도 문경이 고향인 나는 수영엔 젬병이었다. 겨우 친다는 헤엄이 두 발로 물을 튕기는 개헤엄이 전부였다. 헤엄을 치고 놀때 그 친구 가까이에는 가지 않았다.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피했다. 그런 나를 장난끼가 많은 그 친구가 그냥둘리 없었다.

저쯤에서 헤엄을 치던 원 상병이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어쩐지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가 수면위로 불쑥 올라왔다. 그리곤 내목을 휘감아 바다속으로 쳐박아 넣어버리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아푸아푸!" 짠 바닷물을 꽤나 마셔버렸는데 그 친구는 성이 차지 않은 듯했다. 누군가가 물속에서 물귀신처럼 발목을 끌어당겼다. 물귀신은 자맥질로 내 발밑까지 파고든 그 친구였다.

문주란의 노래가 한창 인기있을 때였다. 둘이는 브릿지에 틀어박혀 문주란의 노래를 많이도 불러댔다.

 

노을지는 강물위에 물새가 슬피 울면

강바람이 쓸쓸하게 물결따라 불어오는데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잊지못할 그 사람

슬픈 사연에 슬픈 사연에 이밤도 목이 메인다

        -문주란의 '낙조'

 

그때의 전우들 모두 일흔줄에 접어들었겠다. 유병장님은 일흔에 귀가 두 개쯤 달렸겠지.

원우상! 그 친구가 그리워 114에 문의를 해보았다. 제주도에 '원우상' 이라는 이름이 떠냐고.

없다고 했다. 허탈했다. 전우여,이땅 어디에선들 잘 살아가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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