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가기
산처럼 든든한
아빠 뒤를
여섯 살배기 딸내미가
졸랑졸랑 따라간다
오백 원짜리
동전 같은
동그란 입으로
노래 부르며
나풀나풀 따라간다
꼬마 아가씨 뒤를
기을볕이
따라간다
하얀 햇살 비추며
생긋 웃으며 따라간다.
나팔꽃
골목길 담장 아래
나팔꽃이 피었네요
빨간꽃
진자주꽃이
곱게, 곱게,
피었네요
오늘밤
어둠이 내리면
나팔꽃 한 송이
훔쳐와야겠네요
우리 집
산당화 나무 밑에
오도카니 앉아
찌르르, 찌르르
노래 부르는
여치 아가씨 고운 입에
물려줘야겠네요
기다란 목
쭉 빼고
따따따, 따따따,
여치 아가씨
나팔불면
하늘나라
달님도,
별님도,
짝짝짝 손뼉치며
까르르 웃겠지요.
아이들은
아이들은
밥 먹다가도 크고
잠자다가도 크고
교실에서 공부하다가도 큰다
아이들은
쌈하면서도 큰다
때린 놈은
이겼다고
맞은 놈은
졌다고 씩씩대며
큰다
아이들은
여름 소낙비에 오이 크듯 쑥쑥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