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선희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에 이 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었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 듯 만..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30
우리 동네 야경夜景1/문경아제 초저녁 우리 동네 야경입니다. 영주교회 첨탑꼭대기에 앉아있는 빨간 십자가가 참으로 높다랗게 보입니다. 그렇게 무성했던 최 시인댁 키위 넝쿨이 듬성합니다. 작년 가을 최 시인이 정리를 했으니까요. 우리 집앞 길모퉁이 쇠기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cctv는 눈 부릅뜨고 밤새워 보..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26
두 남자/김정화 한 여자가 두 남자를 소개받았다. 여자는 둘 다 마음에 들어 누구를 선택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여자는 첫 번째 남자와 데이트했다. 마을 뒷산을 돌며 얘기 나누던 중, 남자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잠깐, 저기 뱀이 있어요." 여자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어머, 어디에요?" 그러자 남..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26
우리 집 명자꽃/문경아제 명자꽃을 산당화라고도 부른다. 나는 명자꽃을 산당화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산당화는 붉다. 붉다못해 한창타오르는 장작불 속살처럼 처연하다. 벌떼들이 들락날락거리며 그렇게 집적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도도하고 오만한 꽃이다. 우리 집 산당화는 황진이가 울고 갈 만큼 ..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13
술, 너 나빠 가만 안둘끼야!/예주 김영숙 예주 김영숙 시인은 이따금 이렇게 푸념한다. '술, 너 나빠. 가만 안둘끼야!' 예주 시인이 그렇게 술을 미워하는 까닭은 이런 연유에서다. 예주 시인은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을 죽도록 존경하고 사랑하였다고 했다. 그렇게 사랑한 시인 박인환을 술이 꼬드겨 데려갔다고 그녀는 믿기 때문..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06
4월.1/문경아제 저녁놀 붉게 타오르는 서쪽하늘에 제트기 한 대가 날아간다. 제트기가 날아간 곳엔 기다랗고 하얀 외줄기 길이 생겼다. 꿈속에서나 볼듯한 환상의 길이다. 제트기는 마술사다. 순식간에 기다랗고 고운 외줄기 하늘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동네 꼬맹이었을 때, 제트기를 호주기라..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05
개여울/정미조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4.03
고향생각.1/문경아제 701동 101호에 살고있는 친구 집 조그만 화단에 꽃들이 피어났다. 진달래꽃이 붉게 피어났고 노란 개나리도 활짝 피어났다. 아파트 모퉁이 양지녁엔 자두꽃이 하얗다. 둘러보지 못한 엊그제 피어났을 것이다. 혹독한 꽃샘추위에 된서리를 맞았던 난초싹도 몰라보게 자라났다. 고향마을 앞..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3.30
올해도 어김없이 오셨군요/문경아제 엊그제 밤에 살짝 얼굴을 내밀던 우리 집 담장 아래 매화꽃이 활짝 피어났다. 곱다. 내 소설 속의 주인공 '별 아줌마' 가 입고있는 진자줏빛 치마저고리 만큼 곱다. 진자줏빛 치마저고리는 눈부시게 곱고, 우리 집 매화꽃은 은은하게 곱다. 삼간누옥일망정 고향집처럼 여기고 해마다 잊지..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3.29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문경아제 707동 앞, 조그만 화단에 난초싹이 제법 자라났다. 촉을 틔운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혹독하리만큼 추웠던 꽃샘추위에 움추리고 있다가 따사한 햇살에 활개를 폈는 모양이다. 추위에 얼어버렸을까. 잎사귀 끄트머리가 누렇게 말라있다. 꽃샘추위에 얼어버린 난초의 희생을 딛고 우린 봄을 .. 이런 저런 이야기 2018.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