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드리는 기도/문경아제 자정을 지난 밤은 한시를 넘어서 새벽으로 치닫습니다 곁에는 집사람이 새록새록 자고있습니다 걸핏하면 생떼쓰고, 트집잡고, 목에 푸르스럼한 핏줄세우고, "깩깩!" 소리질로대는 집사람이지만 제게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 두손모아 가슴에 붙이고 .. 시 2019.09.07
숨은 그림 찾기/문경아제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청하늘이 보인다 잽싸게 날아다니던 제비 두마리는 저 뭉게구름 속으로 숨어들었나보다 햇살에 눈이 부시다 얼마만에 만나보는 찬란한 갈햇살이랴 "넋나간 사람맨치로 왜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봐요!" 분위기 망쳐버렸다 집사람 고함소리에 놀라서 뭉게.. 시 2019.09.05
가을단상/문경아제 주룩주룩 비가내린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세차게 내린다 빗줄기가 거세지자 부지런히 하늘을 날아다니던 제비 두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날개접고 그 어느 쉼터에서 나래쉼 하겠다 비는 새벽부터 내렸다 추절추절 내렸다 우리 집 산당화나무밑에 숨어살던 늙은 귀뚜라미 부부 밤세워 떨었.. 시 2019.08.27
청하늘과 뭉개구름/문경아제 뭉개구름도, 파란하늘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본다 어라, 금방 있었던 하얀 뭉개구름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너무 더워서 피서길 나섰나보다 어디 구름이라고 덥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시각각 형체 바꾸는 생명체이거늘. 시 2019.07.27
내 마음의 풍차 - 문경아재 희야, 미류나무 빼곡히 들어선 신작로에 뽀얀 먼지 일으키며 달려가던 고물버스를 너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니? 그 길이 에덴으로 뻗어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니? 꼬불꼬불 뭉우리재 오 리 길 오르막을 숨가쁘게 올라가던 그 고물버스를 너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니? 널 만나려고 파란하늘을 올려다본다 열아홉 꽃띠 네 모습을 찾아보려고 오늘도 파란하늘을 올려다본다 시 2019.07.23
접시꽃/문경아제 김동한 하늘은 온통 희뿌연 구름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자고일어났을 때만해도 파랬던 하늘이 희뿌연 구름으로 가득하다 하느님이 변덕을 부리시나보다 희야, 파란 꼬리 물고 별똥별 떨어져 내리던 어젯밤엔 고향마을 앞산 중턱에선 산비둘기 울었겠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목놓아 울었겠다 너네.. 시 2019.07.23
꽃/문경아제 꽃은 바보다 오늘같이 희뿌연 날 무에 그리 좋다고 생긋 웃고 앉아있는 저 꽃은 정말 바보다 지나간 오월, 구수산을 온통 새하얗게 물들여놓고 떠나가버린 아카시아꽃도, 찔레꽃도, 바보이긴 마찬가지다 애써 모은 꿀 벌 나비에게 돈 한푼 받지않고 공(空)으로 나눠 주었기에 바보다 바보.. 시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