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드리는 기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7. 01:44

 

자정을 지난 밤은

한시를 넘어서 새벽으로 치닫습니다

곁에는 집사람이 새록새록 자고있습니다

걸핏하면 생떼쓰고,

트집잡고,

목에 푸르스럼한 핏줄세우고,

"깩깩!" 소리질로대는 집사람이지만

제게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

두손모아 가슴에 붙이고

당신께 기도드립니다

나이가 들면서부터 아프다는 말이

아내의 입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아내의 아픔을 저에게 주십시오

 

"저런 낮 두꺼운 녀석 보았나!"

그렇게 말씀마옵시고

제 소망을 들어주십시오

저는 건달이지만

아내는 할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집안살림해야하고,

우리 집 사랑스런 두 손녀딸 건사해야 되고,

장가못간 막내아들 장가보내야하거던요

하오니 아내의 아픔을 건달인 제게 주십시오

물론 이 생명 다할 때까지

심하게 앓지 않다가 천수를 다하면 좋겠지만요

 

이 모든 일들을

제 뜻이 아닌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두손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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