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8. 27. 08:49

 

주룩주룩

비가내린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세차게 내린다

 

빗줄기가

거세지자

부지런히 하늘을 날아다니던

제비 두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날개접고

그 어느 쉼터에서

나래쉼 하겠다

 

비는

새벽부터 내렸다

추절추절 내렸다

우리 집

산당화나무밑에 숨어살던

늙은 귀뚜라미 부부

밤세워 떨었겠다

오돌돌 떨었겠다

 

거실옆

목욕탕 속에 살고 있는

어린 귀또리 남매는

햇살 반쩍이는

엊그제 아침

열려있는 현관문으로

팔딱팔딱 뛰어 달아났다

눈부신 햇살이 그리워,

달님 별님이

그리워,

팔딱팔딱 뛰어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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