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소망 대통령 자리는 하늘 만큼 높대지 그 높은 자리를 하늘과 백성이 의기투합해 대통령에게 주었다네 국가보위 헌정질서 국태민안 천금 같이 무거울 대통령 직무 옆 돌아 볼 틈도 없을 대통령 일상 그래도 한 번쯤 보고 싶다 책 읽는 대통령의 단아한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서점에서 .. 시 2015.12.13
경비원/문경아제 빨간 별 하나 살라 먹고 까만 밤 지새우다 희뿌연 새벽길을 자전거 타고 달려간다 세상을 그렇게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들 짊어지고 가는 가방속엔 파아란 새벽별이 곤하게 자고 있다. 시 2015.12.10
서열/문경아제 일 번은 애물단지 딸내미다 토라지면 골치아프니 신주단지 모시 듯 해야 한다 이 번은 마나님이다 이 번이라도 꿰차야 바람이 잔다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삼등은 유지한다 하긴, 더 내려갈 곳도 없지만 돌돌돌 돌돌이 끌고 마님따라서 마트에 간다 후천적장애인이 되어버린 집사람은 .. 시 2015.12.04
호롱불 가녀린 심지 태워 온 방을 환하게 밝힌다 문풍지가 윙윙 운다 바람이 방안을 엿보다 할메기침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리나케 도망질 친다 그만 불끄고 자자 기름없다 오늘밤에도 들리는 할머니 채근소리 후후후후 뒷산 밤나무에 앉은 올빼미 넋두리 듣고 밤은 한고개 넘어간다. 시 2015.11.28
밤비 밤에 오는 당신은 쌀쌀맞아 싫다네요 서글퍼서 싫다네요 높다란 전봇대에 대롱대롱 매달린 빨간 가로등도 쓰레기봉지 뜯어버리는 배고픈 길냥이도 당신은 싫다네요 그래도, 톡 톡 연인들 우산을 두드려봐요 빗님이 오시네! 그렇게 속삭이며 반갑게 맞아줄지도 모르잖아요. 시 2015.11.20
가을비 당신은 왜 그리 외롭게 보이나요 그대는 '추즐추즐' 그 노래밖에 모르나요 살랑살랑 걸어며 살짝 윙크하고 찾아오면 그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당신이 가고나면 찹쌀떡 장수와 메밀묵 장수는 장사잘 된다고 좋아라하겠지요. 시 2015.11.18
승무/조지훈 며칠 전에 갈무리한 과일이 생각나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문을 열자 과일 특유의 새콤달콤한 내음이 밖으로 확 퍼져나왔습니다. 코끝에 닿는 그윽한 내음은 참으로 좋기만 했습니다. 몇 알의 과일이 그 좋은 향으로 칙칙한 경비실을 정화를 시켰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좋.. 시 2015.11.16
세월이 가면/박인환 가을이면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가을이면 떠오르는 시인이 있습니다. 박인환 시인과 그가 엮은 사랑시 '세월이 가면' 입니다. 포도위를 낙엽이 이리저리 굴러다닙니다. 낙엽은 바람의 손끝에 의해 나그네 되어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늦가을엔 서른 한 해를 살.. 시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