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조지훈 고운 임 먼 곳에 계시기 내 마음 애련하오나 먼 곳에나마 그리운 이 있어 내 마음 밝아라. 설은 세상에 눈물 많음을 어이 자랑삼으리. 먼 훗날 그때까지 임 오실 때까지 말 없이 웃으며 사오리다. 부질없는 목숨 진흙에 던져 임 오시는 길녘에 피고 저라. 높거신 임의 모습 뵈오량이.. 시 2016.05.05
춘일/조지훈 동백꽃 붉은 잎새 사이로 푸른 바다의 하얀 이빨이 웃는다. 창 앞에 부서지는 물결소리. 노랑 나비가 하나ㅡ 유리 화병을 맴돈다. 꽃잎처럼 불려간다. 시 2016.05.03
헬리콥터/이병승 학교 끝났다, 오버 신발주머니 가방 머리 위로 빙글빙글 돌리며 달린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발이 땅에서 떠오르는 아이들 모두 다 헬리콥터 되어 난다, 난다 신난다 시 2016.04.28
녹색바람/문경아제 김동한 바람아 바람아 어디로 갔느냐 어디에 숨었기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느냐 맘돌리고 오거라 혼자 오기 객쩍으면 노란나비 등에 업혀오거라 바람아 우리 연인처럼 팔짱끼고 그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언고개 양지녘 초록 보리밭길을 콧노래 흥얼대며 원 없이 걸어보자. 시 2016.04.18
서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시 2016.04.05
오행시/문경아제 그 옛날, 자주빛 댕기머리 별님이를 짝사랑하던 바우총각이 밤하늘 별님에게 물어봅니다 "별님들, 별님들! 별님이도 날 사랑하나요.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만 같네유. 그러니 대답좀 해봐유." 하늘에 떠있는 형형색색의 별님들이 까르르 웃더니만 또렷하게 대답을 하네요. "바우총각, 바.. 시 2016.04.04
도라지꽃/조지훈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위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 앉다. 못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꽃아. 영넘어 가는 길에 임자 없는 무덤 하나 시름은 무거운데 주머니 비었거다 하늘은 마냥 높고 고목가지에 서리 가마귀 우지짖는 저녁 노을 속 나그네는 .. 시 2016.04.02
나무도 외로운 날은 눈물을 흘린다/강문희 나무도 외로운 날은 눈물을 흘린다 칠흑같이 어두운 이 밤에도 뜨거운 수액을 올리며 조용히 흐느끼는 나무를 보라 아름다운 모든 것은 눈물에서 나왔나니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이 어찌 범상한 일이랴 이름 없는 들꽃도 비와 바람의 강을 건너와 꽃을 피우고 우리 풀잎처럼 눕.. 시 2016.02.26
아침/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른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시 2016.02.15